정부 "노트10 LTE 모델 따로 출시해야” 공문에 삼성은 "곤란한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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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갤럭시 노트10을 LTE모델로도 출시해달라고 하자 삼성전자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통신 3사와의 협의를 거쳐 노트10 5G 단말기 출고가(124만8500원)를 유럽용 LTE 단말기(899유로ㆍ약 121만원)와 비슷한 수준까지 낮췄지만, 정부의 요구로 인해 내수용 LTE 단말기를 따로 출시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30일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 이동통신 3사에 최신 스마트폰의 LTE 모델 별도 출시를 놓고 회신해달라고 요구했다.

공문 회신까지 이틀 남은 가운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28일 과기정통부의 노트10 LTE 모델 별도 출시 요청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5G 모델이 LTE를 지원 안하는 것도 아닌데, 단말기로 인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5G 스마트폰이 5G뿐만 아니라 LTEㆍ3G까지 모두 커버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인제 와서 LTE 모델 내놓으라니” 

지금도 공기계(언락폰)를 구매하면 5G 스마트폰이라도 LTE 요금제를 쓸 수 있다. 현재 5G 단말기라도 LTE와 5G 지원 모뎀칩은 각각 탑재돼 있다. 다만 노트10 공기계는 통신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통신업체가 현재 노트10은 5G 요금제로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선 LTE 요금제로 24개월 또는 30ㆍ36개월 할부 약정 계약을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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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의 잇따른 행보가 ‘5G 세계 최초 상용화 정책’ 이후 제기된 소비자 비판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 5G 서비스 시작 직후부터 “정부가 제대로 터지지도 않는 5G 폰을 ‘치적 쌓기’ 용도로 억지로 판다”는 이용자 불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5G 밀어붙였던 정부의 ‘보여주기 행정’ 비판도  

LG전자가 지난 5월 V50 씽큐를 5G 모델로만 내놓고 40만대를 판매했을 사이, 과기정통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앞에서 열린 SK텔레콤 갤럭시노트10/10+ 론칭행사에서 모델들이 갤럭시노트10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앞에서 열린 SK텔레콤 갤럭시노트10/10+ 론칭행사에서 모델들이 갤럭시노트10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입장에선 지금부터 LTE 단말기를 따로 준비해도 미국ㆍ유럽 대비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국립전파연구원의 LTE 규격을 맞추려면 2~3개월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통신업체도 노트10을 5G 모델로만 내놓기로 해 LTE단말기를 따로 내려면 필드 테스트도 아예 처음부터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놓고 통신업체와 제조 업체에 별도 회의까지 열었던 과기정통부가 인제 와서 LTE 단말기를 챙긴다는 게 난센스”라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다음 달 1일 예정됐던 5G 상용화 행사를 연기했다. 차이나텔레콤을 비롯한 현지 통신 3사가 아직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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