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 지구' 지정 부른 대구 아파트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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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구지역의 신규 아파트 과잉 분양 열기가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이어졌다.

분양 열기가 기존 아파트의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자 건설교통부가 2일자로 수성구 지역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것이다.

집 없는 서민이나 신규 아파트 청약자, 주택 소유자 모두 정부의 조치가 아파트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실태=지난 25일 분양한 수성구 황금동의 '캐슬골드파크'는 평균 경쟁률이 53.5대 1이었다. 32평형은 무려 1백38대 1을 기록했다. 최근 분양한 범어동의 '유림노르웨이 숲'도 비슷했다. 32평형의 평당 분양가가 모두 7백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 '태왕아너스' 분양 이후 분양가와 청약률이 계속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아파트 가격도 수성구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지택지지구의 시지보성서한타운과 노변동서우방타운의 32평형 아파트 거래가가 최근 2억원을 기록했다. 1995년과 96년 완공된 아파트다. 당시 분양가는 7천9백여만원과 8천4백여만원이었다. 인근의 2년 정도된 아파트는 거래가가 이미 2억원을 넘어섰다. 웬만한 아파트의 24, 25평형도 1억2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산범물단지의 32평형 아파트는 한달 사이에 2천만원 이상이 올랐다. 북구 칠곡.성서.대곡아파트단지의 아파트도 평형별로 2백만~1천5백만원이 오르는 등 대구 전역의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이 오르자 매물도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다.

수성구 범물동 한미공인중개사무소 김순향(50)대표는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은 꽤 있지만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소유자들이 매물을 회수해 팔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올 가을 집을 장만하려 했던 최모(45.동구 신기동)씨는 "신규 아파트나 기존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 어이가 없다"며 "이제 집 살 꿈을 접어야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응·전망=아파트 분양가와 가격 급등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치로 분양 열기가 한풀 꺽이면서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주택업체 관계자들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주택공급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을 제기한다. 당분간 주택경기가 냉각되면서 분양을 계획중인 업체들이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시적으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구의 주택 보급률이 83.4%로 서울에 이어 전국 대도시 중 가장 낮은데다 이미 분양가가 오를대로 올라 건교부의 조치가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인중개사 권오인(44)씨는 “소형 아파트의 분양가 규제와 분양권 전매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한 아파트 가격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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