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천서 헌책방하며 향학 꿈꿔|3년간 결석 한번없는 「모범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난해 5월 중학입학 검정고시에 최고령 합격했던 신영임할머니(71·서울 강동구 둔촌동 98의 66·중앙일보 88년 6월 17일자 보도)가 지난 4일 실시된 고교입학 검정고시에서도 최고령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47세때 남편과 사별한 뒤 청계천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며 남매를 최고학부까지 교육시켜 출가시킨 뒤 혼자 살고있는 신할머니는 책장사를 하면서도 책한권 들여다 볼 수 없는 까막눈의 한을 풀기위해 86년7월 숱한 망설임끝에 서울동대문구신설동 수도학원을 찾은것이 만학의 계기가 됐다고.
신문과 책을 읽고, 번호와 행선지를 알고 버스를 타는 즐거움을 넘어서 「배움」 자체에 희열을 느끼게 된 신할머니는 내친 걸음에 대입검정까지 마치고 대학도서관학과에 진학하겠다는 포부를 간직하고 있다.
부친이 의사였던 여유있는 가정에서 자랐으면서도 「여자가 배우면 신세를 망친다」는 완고한 집안 어른들 때문에 무학으로 있어야 했다는 신할머니는 『이 좋은걸 왜 하기 싫다고 자살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은 죽는날까지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할머니는 『공부에 몰두하다보니 눈은 많이 나빠졌으나 고혈압 등 잔병은 씻은듯 사라겼다』며 『영어· 수학· 과학등이 특히 어려웠으나 하루 12시간씩 「파고들다보니」이치를 터득할 수 있게되더라』고 수줍어했다.
수도학원의 이재직원장도 『3년가량 학원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차라의 결석이나 지각도 없었으며 휴식시간에 앞강서 칠판도 닦고 청소도 하는등 모범생으로 주변의 불우청소년들에 귀감이 되고있다』며 칭찬을 아끼치 않았다.<김동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