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 체형에 유연성 갖춰|병상 부친 대신 생계도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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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약관의 이주형(대구대륜고 2)이 한국남자체조의 샛별로 찬연히 떠올랐다.
26일 태릉선수촌 체조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파견선수 최종선발전을 지켜본 체조계인사들은 이주형이라는 고교생스타의 힘있고 안정된 연기에 무척 고무된 표정이었다.
이주형은 종합성적에서 현 국가대표 에이스인 윤창선(한체대4, 1백11·10)에 이어 2위(1백10·96)를 하긴 했으나 1,2차선 발전을 통해 뜀틀·철봉등 6개 전종목에서 가장 고르고 기복없는 연기로 찬사를 받았다.
선발선수 대부분이 6∼7년위인 선배들인 점을 감안할때 이주형의 등장은 앙량한 체조계에 내린 오랜만의 신선한 단비인 셈.
이주형이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된 것은 불과 6개월전. 올림픽이후까지도 그를 아는 체조인은 별로 없었다.
이는 지난해 11욀 꿈나무 체조선수 12명의 헝가리 전지훈련때도 제외될 뻔했으나 뛰어난 신체조건(1m65cm·55kg)과 성실성을 높이 산 대표팀 장석원 코치등 젊은 지도자들의 추천으로 겨우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간의 살을 깎는 노력이 헝가리에서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 당시 전지훈련 중 참가한 형가리국제 체조대회에서는 소련·동독등 강호들 틈에서 한국선수로는 가장 뛰어난 3위를 차지했다.
당시 이의 체형과 다듬어진 기본기를 보고 헝가리 대표팀코치는 『한국체조의 세계정상권 진입도 멀지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때 이의 선전을 일과성이 과성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았으며 여기에 대답을 하듯 이번 선발전에서 과감하고 스케일 큰 연기로 확실하게 주전자리를 굳혔다.
한체대 김동민교수는 이의 장점을 『다른 선수에 비해 가슴이 두텁지 않아 유연성이 뛰어나다. 세계적으로 남자체조도 근육질의 둔탁한 체형보다는 날렵하고 샤프한 체형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신체조건의 유리함을 들었다.
한양대의 남행웅교수도 『이의 기술향상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 지난 4월 북경아시아주니어대회때와는 또 다르다』며 이의 기술적응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대표팀 한충식코치는 『아직 나이가 어려 파워가 좀 부치는 면이 있지만 기본기가 탄탄하고 훈련량이 많아 내년 북경아시안게임부터는 확실한 「금」』이라고 내다봤다.
동생(이장형·포철중 3)도 체조선수인 이는 선수촌에서도 소문난 연습벌레.
그가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이다.
두 아들의 운동을 뒷바라지하던 아버지 이신길씨(50·상업)가 2년전 대구에서의 교통사고로 두번의 뇌수술을 받았으나 아직도 병상에 누워있는 상태이고 노점으로 가계를 이어나가던 어머니(48)마저 허리지법으로 거동이 불편해 장사를 그만두었다.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보험료로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앞으로의 생계문제는 이에게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제가 좋아서 시작한 체조를 계속할 수 있는 길은 남들보다 몇배 열심히 훈련하는 길밖에는 없습니다.』<신간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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