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침수 사태의 원인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유실된 안양천 둑은 지하철 9호선 907공구를 맡은 건설사가 지난해 9월 공사를 위해 임시로 허문 뒤 올 5월 다시 쌓은 물막이 둑이다. 당시 공사는 안양천 밑으로 양평~목동 구간을 연결하는 작업이었다. 건설사 측에 따르면 새 물막이 둑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든 뒤 흙.자갈로 덮어 안양천 홍수위(11m)까지 버티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16일 둑이 무너질 당시 안양천 수위는 8.18m였다.
공사장 관계자는 "16일 오전 5시30분쯤 작은 틈에서 물이 새어 나오더니 6시쯤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구멍이 커지면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말했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측은 침수 원인에 대해 "급상승한 하천 수위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소용돌이 물길과 함께 작은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해 전문가들은 새 물막이 둑의 콘크리트와 흙이 굳는 데 시간이 부족해 제방이 무너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번에 무너진 양평동 쪽의 제방 폭(33m)은 건너편 목동 쪽 구간(12m)보다 넓고 공사도 1년이나 늦게 완료됐다.
실제로 목동 쪽도 양평동 쪽과 같은 방법으로 공사를 했지만 별 탈이 없었다.
침수 피해를 본 일부 주민은 공사 부실로 인한 '인재(人災)'라며 건설사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주민 서승기(55)씨는 "26년 동안 여기에서 살았지만 이번 같은 물난리는 처음"이라며 "둑 공사를 날림으로 했기 때문에 침수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측은 복구를 마친 뒤 정밀 조사해 자연재해인지 부실공사 탓인지 책임 소재를 가릴 계획이다.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