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몸 즉시 씻고 수건 각자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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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집중호우에 의한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수해지역 주민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오염된 빗물과 넘쳐나는 쓰레기에 의해 수인성(水因性) 질환과 접촉성 피부병 등 갖가지 질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마가 할퀴고 간 피해 지역 주민의 건강 대책을 알아본다.

◆ 설사병 주의보=물난리가 나면 대변을 통해 나온 균이 입을 통해 들어가 걸리는 수인성 전염병이 빈발한다. 장티푸스.이질 등이 대표적인 질환들. 장티푸스는 1~2주간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오한.근육통이 나타난다. 이질은 고열과 더불어 복통.구토.점액성(혹은 피 섞인) 설사 등을 호소한다.

수인성 전염병은 예방이 최선이다. 물과 음식은 끓인 것만 먹고 칼.도마.식기 등도 끓는 물에 소독해야 한다. 과일도 껍질을 벗긴 채 먹고, 생야채는 흐르는 수돗물에 여러 번 씻도록 한다. 식전, 용변 뒤, 조리 전, 물건 만진 뒤 손 씻기는 기본이다.

◆ 빈발하는 피부병=수해 때 발생하는 질병의 30%를 차지할 만큼 피부병은 수재민을 괴롭힌다. 세균은 벌레 물려 긁은 곳 등 상처 부위를 통해 침투한다. 심하면 세균이 피부 아래까지 퍼져 봉와염을 일으킨다. 봉와염은 피부 밑의 조직에 생긴 염증이다. 자칫 방치하다간 조직이 썩고, 심하면 혈액을 타고 균이 온몸에 퍼져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조기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피해 주민은 물론 복구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방수복, 긴 팔 옷, 긴 바지, 고무장화, 고무장갑 등을 착용해야 한다. 오염된 물질에 피부가 직접 닿았을 땐 즉시 흐르는 수돗물에 여러 번 씻고 깨끗하게 말린다.

집단 수용된 수재민은 옴 같은 전염성 피부병을 조심해야 한다. 환자가 한 명만 있어도 쉽게 감염되기 때문. 어린이들은 피부가 곪는 농가진도 잘 걸린다.

◆ 호흡기 질환 예방=호우 땐 호흡기 질환에도 잘 걸린다. 젖은 몸을 말리지 못하고, 습기 찬 환경에 오래 있다 보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나 폐렴균에 노출되기 쉽다. 몸이 젖으면 즉시 샤워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 보온에 힘쓴다.

습도가 높다 보니 천식.알레르기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도 악화하기 쉽다. 따라서 환자나 보호자는 흡입성 응급처치약을 늘 곁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

◆ 렙토스피라증도 유념해야=가축.들쥐 등의 배설물을 통해 렙토스피라균이 흙과 물에 널려 있다가 홍수 때 웅덩이와 논 등에 흘러 들어간다. 균은 주로 점막(코.입), 상처 부위(긁은 곳, 벌레 물린 곳 등)를 통해 감염된다. 이 병은 1~2주간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이 나며 간.신장 등에 손상을 일으켜 초기에 항생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논길이나 물웅덩이를 지날 때는 항상 긴 고무장화와 장갑을 착용해 균 접촉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 도움말: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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