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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황경택 쌤과 자연이랑 놀자 18.열매

중앙일보

입력

18.열매
여름이 만든 열매, 열매에서 나온 여름

여름은 왜 여름일까요? 더우니까 여름이지 거기에 무슨 뜻이 있냐고요? 여름이란 말에도 유래가 있답니다. 바로 열매와 관련이 있어요. 우리는 흔히 '열매가 열렸다'고 말하죠. 열매가 맺힌다는 뜻의 '열다'를 명사형으로 바꾼 말이 '열음'이에요. 이는 용비어천가에도 등장하는 말이죠.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믤새 곶 됴코 여름하나니’라고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넘어지지 않고 꽃이 좋고 열매도 많다는 뜻이랍니다. 여기서 ‘여름’이 바로 열매를 말하죠. 여름이라는 계절의 이름은 바로 열매에서 온 말입니다.

열매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꽃을 피우고 꽃가루받이를 해야 하죠. 열매가 만들어진 후 식물은 더욱 열심히 일합니다.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많이 만들어내야 하거든요. 어미 새가 알에서 깨어난 어린 새에게 애벌레를 물어다 키우듯이 식물도 작은 열매를 키우기 위해 열심히 광합성을 합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사과·배·귤·밤 이런 것들이 모두 열매예요. 우리가 맛나게 먹는 부분을 과육이라고 불러요. 고소하거나 단맛을 내는 과육은 식물이 열심히 광합성해서 만들어낸 양분이 모인 것이죠. 크고 단단하고 맛있는 열매를 만들기 위해 더운 날에도 얼마나 열심히 광합성을 했겠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비가 많이 온 다음 날 비가 그친 후 밖에 산책을 나갔다가 땅바닥에 우수수 떨어진 열매들을 봤어요. 애써서 만들어낸 열매들이 바닥에 떨어지게 되다니 나무는 얼마나 속이 상할까요.

그런데 과수원에서는 일부러 덜 익은 열매를 따내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나요. 꽃이 많이 피면 꽃도 따주고, 열매가 많이 열리면 열매도 솎아주죠. 하나하나 소중한 열매를 왜 일부러 따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여러 열매에 양분이 골고루 가는 것보다 적은 수의 열매에 양분을 많이 보내야 열매 크기를 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상품성 있는 과일을 생산해서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거죠. 숲속의 나무나 도심의 가로수도 사람이 가지를 솎아내듯 스스로 열매 솎아내기를 합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 솎아내는 것이죠.

잎이 떨어진 것을 ‘낙엽’이라고 말하듯이 열매가 떨어진 것은 ‘낙과’라고 합니다. 덜 익은 열매들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죠. 하지만 너무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주로 병들거나 약한 것들이니까요. 땅에 떨어진 열매들은 개미의 먹이가 되거나 흙으로 다시 돌아가 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조용히 멈춰있는 듯 보여도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솎아내기를 하는 식물의 세계가 놀랍지 않나요. 가만히 보면 우리들 사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거 같아요. 식물들도 우리와 똑같은 생명체로서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것을 이참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열매가 되어보자 -나무에 매달리는 놀이
1. 매달리기 적당한 나무를 골라야 한다.
2. 친구들과 함께 나무에 매달려 본다.
3. 누가 가장 오래 버티고 안 떨어지는지 알아보자.
4. 다양한 방법으로 매달리기를 해본다.

*가지가 너무 약한 나무에 매달리지 않도록 한다.
*매달린 상태에서 장난치지 않고 가만히 버텨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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