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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고희 잔치 대신 부부 작품전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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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처음으로 여는 작품전이어서 많이 떨립니다. 전시회가 끝난 후엔 작품 소재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날 계획입니다."

고희(古稀)를 맞은 김현희(金鉉熙.70.전주시 덕진구 우아동.(右))씨와 부인 최온순(崔溫順.68.(左))씨 부부가 잔치 대신 수묵화와 의류를 전시하는 '부부전(夫婦展)'을 연다.

金씨 부부는 3~4일 이틀간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민촌아트센터에서 金씨의 수묵화 13점과 崔씨의 궁중의류 20점을 선보인다. 이들은 전시회에서 얻어지는 수익금을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 돕기에 쓸 계획이다.

金씨는 "미흡한 점이 많지만 늙어서도 부부가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작품전을 갖게 돼 기쁘다"며 "혹시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 함열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金씨는 1999년부터 그림을 그렸다. 큰아들 김성주(45.전북대 의대 교수)씨가 붓 등 그림 도구를 선물하면서 아버지에게 취미생활을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됐다.

金씨는 또 전주시가 운영하는 '온고을 시민대학' 미술반에 들어가면서 그림에 더욱 몰두했다. 지금은 정년퇴직한 공직자들이 주축이 된 '금묵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루 4~5시간씩 그림을 그리는 그는 "그림에 몰두한 후 새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98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침선장 부문) 제22호로 지정된 부인 崔씨는 그동안 틈틈이 만든 '복온공주 할의''덕온공주 원삼' 등 궁중 의류를 전시한다. 崔씨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서 바느질을 배웠다. 주로 전통 한복을 만들어 왔는데 98년 '전북 서민의 옷 전시회'를 갖는 등 수차례 작품전을 열었다.

崔씨는 전통의류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배우기 위해 60세가 넘어 단국대 사회교육원에 입학했고, 한국복식학회 박경자 회장에게 사사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고유의 옷에 대한 변천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는 전시회를 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金씨 부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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