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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우석훈 "엘리트들 도덕관, 사회가 싫다는데 어쩔건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년 전 『88만원 세대』를 통해 청년층과 다른 세대 간 불균형을 지적했다. 올해엔 『386세대 유감』의 해제를 썼다. “386은 바야흐로 인생의 절정을 맞고 있다. 아직도 정점이 아니다.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대학식 학번과 학벌로 확대 재생산된다.”

진보 경제학자로 불리는 우석훈 박사다.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을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사(『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를 쓴 집필가인 그이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최근 논란에 입을 다물고 있긴 어려웠을 게다. 조 후보자와 ‘386’이란 동시대인이며 사적으로 잘 아는 사이여도 말이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박권일과 공저한 《88만 원 세대》의 출간으로 명성을 얻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문재인을 지지했고, 국민연대의 공동대표를 맡았었다. 신인섭 기자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박권일과 공저한 《88만 원 세대》의 출간으로 명성을 얻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문재인을 지지했고, 국민연대의 공동대표를 맡았었다. 신인섭 기자

그는 22일 페이스북에 “개인의 인생관과 도덕관으로 간주하기에는 이미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렸다. 어쩔 건가? 엘리트들의 그런 인생관과 도덕관을 이 사회가 싫다는데”라며 “공직의 기준이 점점 더 높아지는, 사회는 그렇게 가는 게 맞다”는 글을 올렸다.

다음날 전화 인터뷰로 우 박사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386들에게 자신들이 말한 가치대로 살았다는 걸 증명하라는 요구가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국 사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고위 임명직은 일반 공무원처럼 일만 잘해서 되는 자리가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태에선 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본다.
이 정도로 논란이 된 이유는 뭔가
공직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다. 사정 당국에선 별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자라 온 한국과 지금 한국은 비교도 안 되게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한국에서 대학 보낸 것만 해도 잘한 것’이라고 봤을 거다. 지금은 ‘그 안에서 룰(rule)을 지켰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특히 청년들의 분노가 크다.
지금 청년들은 좁은 구멍을 뚫고 들어가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정의와 형평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대학 총장 후보의 자녀가 이중국적이라고 대자보가 붙었다. 그때 학생들 반응은 ‘본인 국적도 아닌데 무슨 문제인가’였다. 결국 그가 총장이 됐다. 지금은 다르다. 공정, 형평성에 대한 기준이 훨씬 높다.
이유가 뭔가
지금 60대에 대해선 ‘부패했지만 유능하다’는 인식이 있다. 지금 50대, 옛 '386'은 도덕적 우월성이 무기였다. 그걸로 버텼다. 그런데 그게 무너졌다. 청년층은 ‘진보라더니 사는 게 다 똑같다’고 평가한다. 조국 사태가 개인의 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당신이 말하는) 도덕적 가치대로 살았단 걸 증명하라’는 요구가 쏟아질 거다.
2030의 저조한 사회참여에 실망해 책(『88만원 세대』)을 절판했다고 했다. 이제 청년층이 움직이는 것 아닌가.
크게 바뀐 거 같지는 않다. 그러나 ‘박탈감’에는 민감해졌다. 특히 취업과 교육은 청년층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단순한 일탈적 사건 하나가 아니라, 차제에 이런 일이 아예 발생할 수 없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조 후보자는 “청년층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지적에 대해 “질책을 잘 알고 있고, 감수하겠다”고 해 청년층의 반발을 샀다. ‘청년층의 박탈감을, 느껴본 적도 없을 조 후보자가 어떻게 감수한단 거냐’는 지적이었다.

우 박사는 “지난번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에 대해 2030이 반발했을 당시, 집권세력의 반응을 떠올려보라”고 했다. “그때 집권세력은 ‘통일이란 큰 이슈가 있는데, 청년층에게는 단일팀 하나가 그렇게 큰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이해를 하나도 못 한 거다. 남북단일팀보다 지금 조국 사태가 훨씬 큰 문제다. 사회적 파장이 오래갈 거다.”

25일 통화에선 그는 조 후보자가 사퇴할 가능성을 ‘반반’이라고 봤다. “총선이 없다면 나중 만회한다고 생각할 텐데, (내년) 총선이 있어서 (정권)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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