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폭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폭포' - 박찬일(1956~ )

폭포는 말이 많다

옆으로 가지 않는다고 위로 가지 않는다고

밑으로 간다고

말이 많다

밑으로 가는 말 많은 말은 들을 필요가 있다

돌아오지 않는 말은 들을 필요가 있다

under-stand:

4층 남자 화장실 오른쪽 문(門) 안에 새겨져 있던 말이다

"밑에 서 있어라, 그것이 '이해(理解)하다'이다"

화장실 물도 얼마나 말이 많은가

밑으로 간다고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말은 새길 필요가 있다



공중 화장실은 '낙서장'이다. 배설과 말하기(글쓰기)가 서로 닮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입과 항문은 연결돼 있다. 입과 항문 사이는 외부이다. 그건 그렇고, understand에 대한 이해는 얼마나 그럴 듯한가. 가끔 한자도 파자(破字)해 볼 일이다. 평화(平和)에서 화는 벼(禾)와 입(口)의 결합이다. 평화란 '밥을 고루 나누어 먹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문재 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