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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세종보 두고 뭐하나…” 임시 자갈보 또 유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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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종보 상류에 설치한 자갈보는 최근 집중호우로 또 유실됐다. 사진은 지난해 모습. [중앙포토]

세종보 상류에 설치한 자갈보는 최근 집중호우로 또 유실됐다. 사진은 지난해 모습. [중앙포토]

정부가 금강 세종보(洑) 개방 이후 용수확보를 위해 만든 자갈보(둑)가 최근 집중호우로 일부 유실됐다.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 유실된 데 이어 2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현상이다.

작년 이어 집중호우로 유실·방치

22일 오전 세종보에서 상류 쪽으로 상류 5㎞ 지점에 있는 자갈보를 찾았다. 길이 100m(폭 5m, 높이 1m)의 자갈보의 상당 부분은 유실된 채 방치돼 있었다. 바로 옆 양화취수장 가장자리에는 녹조가 떠 있고, 오염된 물이 고여 있었다. 유실된 상태의 자갈보는 도시 경관까지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자갈보는 2017년 11월 13일부터 세종보를 개방한 이후 용수가 부족해지자 세종시가 지난해 3월 만들었다. 공사비 2억원은 세종시가 부담했다. 세종보에 가둔 물은 세종호수공원과 세종시를 흐르는 금강 지천 2개(방축천, 제천)에 공급해왔다. 호수공원에는 약 32만㎡(약 9만 8000평) 규모의 인공호수가 있다.

호수공원과 이들 하천은 금강 본류보다 높은 곳에 있다. 인공적으로 하루 8000~1만5000t의 금강물을 퍼 올리는 방식으로 물을 대줘야 한다. 결국 용수 확보를 위해 세종보 상류에 새로운 형태의 보를 만든 것이다. 자갈보에 가둔 물은 양화취수장을 거쳐 세종호수공원 등으로 향한다. 세종시는 지난해 유실된 자갈보 보수에 수천만원을 썼다.

세종시민 최영락씨는 “멀쩡한 보를 놔두고 국민 세금으로 자갈보를 만든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자갈보마저 집중 호우 때마다 유실돼 흉물 같은 모습이 된다”며 “세종보를 빨리 가동하는 게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길”이라고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자갈보는 돌망태 형태로 설치돼 있어 잘 유실되지 않는다”며 “용수확보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자갈보 보수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환경부는 세종보 해체에 대비해 양화취수장 시설 개선 등에 쓰기 위해 올해 9억 원을 편성했다.

세종에서는 일부 환경단체를 제외한 대다수 시민이 세종보 해체를 반대하고 있다. 집권 여당(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해찬 지역구 국회의원(당 대표)과 이춘희 세종시장, 재적의원 18명 중 17명이 여당인 세종시의회도 최근에는 ‘보 해체 신중론’으로 입장을 바꿨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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