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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신고해서"···오산 백골 시신 살해 범인, 가출팸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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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기도 오산시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백골 시신의 정체는 가출한 만 16세 청소년으로 확인됐다. 대포통장 배달 등 범죄를 저지른 가출팸(가출청소년 공동체)이 자신들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해당 청소년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살해와 사체은닉 등 혐의로 A씨(22) 등 20대 3명을 체포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이들을 도운 B양(18) 등 10대 남녀 2명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9일 오후 7시40분쯤C군(16)을 오산시의 한 공장으로 불러낸 뒤 살해하고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범행 사실 경찰에 알렸다고 살해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가출팸에서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대포통장을 수집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팔아넘기는 일을 해왔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에 가출청소년들을 동원했다. 가출청소년들을 모집해 체력훈련 등을 시켜 대포통장 배달 등 범죄에 가담시켰다. C군도A씨 등의 속한 가출팸의 일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A씨 등의 훈련을 견디지 못해 탈출한 한 10대의 신고로 C군은 지난해 6월 경찰에 체포됐다. C군은 당시 경찰에서 "나는 주범이 아니다"라며 A씨 등의 존재를 알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 등은 이후 "C군이 없으면 우리가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범행을 모의했다고 한다. A씨 등은 이후 B양 등을 통해 C군을 오산시로 불러낸 뒤 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에 사용한 둔기와 C군이 입고 있던 옷 등도 이동하면서 모두 불에 태워 없앴다.

C군의 시신은 9개월이 지난 올해 6월 6일 발견됐다. 백골 상태로 키 164㎝~172㎝인 충치가 심한 15~17세 전후의 남성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시신이 나체로 발견되고 유기된 것으로 보아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광수대 등 44명의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시신의 신원을 알기 위해 공개수배도 했다.
그러나 유의미한 제보는 없었다. 경찰은 비슷한 연령대의 가출 또는 장기결석자, 주민등록증 미발급자 등 3만8000여명을 추려 신원 확인 작업을 벌였다.
그러던 중 지난달 말 C군의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시신 발견 현장에서 나온 반지, 귀걸이 등과 같은 액세서리를 착용한 C군의 사진을 확인했다. C군의 가족 DNA와 시신에서 나온 DNA를 대조해 신원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뒤늦게 사망 소식 들은 가족 충격 

C군은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7년 자퇴를 했고 과거 2차례 가출을 해 실종신고도 접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잦은 가출 등으로 가족들도 더는 가출·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C군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접한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C군의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최종 행적을 추적하던 과정에서 그가 A씨 등이 꾸린 가출팸에서 생활한 사실을 파악하고 A씨 등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이후 A씨 등이 지난해 사용한 차량의 트렁크에서 C군의 DNA가 나오고 이들이 범행 전 삽과 장갑 등을 범행도구를 구매한 사실까지 확인되자 경찰은 지난 19일 이들을 체포했다.

당시 A씨와 다른 1명은 별개의 범죄로 각각 구치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였고 나머지 1명은 군 복무 중 체포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C군을 범행 현장으로 유인한 B양 등 2명을 미성년자 유인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이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내주 중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며  "잘못을 저지른 피의자들을 찾아 망자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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