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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 흡연 10명 중 8명은 일반담배 함께 ‘멀티 흡연’

중앙일보

입력

연기·냄새 없는 신종 담배인 궐련형 전자담배가 나온 후로 여러 담배를 함께 피우는 중복 흡연자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에 따라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번갈아 쓰는 멀티 흡연자다. 니코틴 의존성이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연구원들이 국내 판매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 분석실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연구원들이 국내 판매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 분석실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

22일 보건복지부는 2017년 6월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이후 흡연자의 사용실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연클리닉 등록자 일부를 대상으로 한 현황 자료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바 있지만 정부가 사실상 제대로 된 표본을 추출해 이 같은 실태를 발표한 건 처음이다.

복지부, 7000명 대상 실태 조사…“니코틴 중독 심화”

복지부는 울산대 의과대 조홍준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지난해 5~11월 20~69세 7000명을 표본으로 선정해 흡연행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담배 제품 사용자 1530명 가운데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574명이었다. 이 중 일반 담배 등을 동시에 피우는 흡연자가 10명 중 8명(80.6%)에 달했다.

두 종류를 중복한 경우가 52.8%였지만 3가지의 담배를 같이 피우는 경우도 33.8%로 조사됐다. 두 종류 중복의 경우 주로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같이 흡연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일각에서 전자담배가 중복 흡연으로 이어져 금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주장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한 시민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앙포토]

한 시민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흡연자는 보통 근무 중이거나 담배 냄새가 신경 쓰일 땐 전자담배를 피우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면 일반 담배로 갈아타는 식의 행태를 보인다.

중복 흡연자의 경우 흡연량도 많았다. 일반 담배만 입에 무는 경우 1일 평균 12.3개비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일반 담배를 궐련형 전자담배와 함께 사용하는 흡연자는 1일 평균 흡연량이 17.1개에 달했다. 연구를 진행한 조홍준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 중 궐련형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대부분은 두 종류의 담배를 사용하는 ‘이중 사용자’ 또는 세 종류의 담배를 모두 사용하는 ‘삼중 사용자’였다”고 말했다. 또 “두 가지 이상 담배 종류를 사용하는 중복 사용자는 담배 사용량이 많아 니코틴 의존성이 높고, 궐련을 사용하기 어려운 실내에서도 사용하기 때문에 담배를 끊을 확률 낮다”고 분석했다.

편의점에 진열된 궐련형 전자담배. [연합뉴스]

편의점에 진열된 궐련형 전자담배. [연합뉴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설문조사 결과 전체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은 전자기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조속히 제도화해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5월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신종담배를 더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우선 2020년 중으로 건강증진법을 개정, 궐련형 전자담배뿐 아니라 전자담배 흡연 때 사용하는 전용기기 자체를 규제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흡연 전용기구’에도 경고 그림과 문구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하기 위해서다. 경고내용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암 유발 폐해를 강조하는 쪽으로 만들 계획이다. 흡연 전용기구에 대한 광고나 판촉행위도 금지할 방침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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