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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임 요금을 전화료에 슬쩍… 자녀 가입 몰랐을 땐 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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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부 박모(35)씨는 얼마 전 전화요금 청구서에서 정보이용료 4만8천원이란 항목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전화국으로 문의해 보니 이는 박씨의 초등학생 남매가 인터넷 게임요금으로 결제한 것.

박씨는 지난 5개월 동안 37만원의 게임요금이 빠져나간 사실도 알게 됐다. 자동이체로 납부되는 전화요금 청구서를 제대로 확인해 보지 않아 그냥 넘어간 것이다.

이렇게 전화요금에 덧붙여져 청구되는 인터넷 게임 요금으로 속앓이를 하는 가정이 점점 늘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없이 사용한 온라인 게임 요금문제와 관련된 민원이 1천56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13건에 비해 8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부모 동의 없었으면 환불=만 14세 미만 미성년자가 인터넷 게임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나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게임 업체에서는 대부분 e-메일이나 팩스.전화 등을 이용해 부모 동의를 확인하고 있다.

가입희망자로부터 부모의 e-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받아낸 후 부모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동의를 확인하는 것.

또는 부모 동의서를 작성한 후 업체 팩스로 보내도록 동의서 양식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도 아이들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와 e-메일 비밀번호 등을 알아내면 쉽게 부모 몰래 동의 확인 과정을 넘길 수 있다.

청소년이 부모 몰래 비밀번호 등을 이용해 게임 사이트에 가입한 후 이용요금이 청구됐다면 업체에 요구해 환불받을 수 있다. 사이트 운영자가 이를 거부하면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www.cyberprivacy.or.kr), 02-1336)에 신고해 조정 결정을 받을 수 있다.

신고센터 김동우 상담원은 "업체가 부모 동의의 진위 여부를 엄밀히 검토했는지를 따져 조정한다"며 "대부분 환불조치를 하도록 결정한다"고 밝혔다.

또 사이트 가입 때 부모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부과된 요금의 경우 부모 동의를 거치지 않고 이용요금이 청구됐을 때는 통신위원회(02-1338)에 신고해 구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화요금으로 석달 이상 게임요금이 인출됐을 경우 부모가 이를 추인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환불받을 수 없다.

또 자녀들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이용, 성인인 것처럼 가장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했을 경우에는 게임 업체의 책임을 묻기 힘들다.

◇통신회사에 원천봉쇄 신청=자녀들이 부모 몰래 인터넷 게임사이트에 가입하는 것을 막으려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나 e-메일 비밀번호 등에 대한 단속이 첫째다. 또 전화요금 청구서의 상세내역을 꼼꼼히 살펴본다. 통화내역서에 착신번호가 060으로 시작하면 이는 통신회사가 결제대행을 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일 확률이 크다.

전화번호를 통한 요금결제를 아예 막으려면 통신회사에 차단신청을 해두면 된다.

현재 한국통신(국번없이 100), 하나로 통신(국번없이 106), 데이콤(1544-0001), 온세통신(083-100) 등 4개 통신회사에서 결제대행을 하고 있으므로 각각 따로 전화를 걸어 차단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 후에는 불우이웃 돕기나 벨소리 다운로드 등 전화요금 결제를 이용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

최근에는 업체들이 1588 자동응답서비스를 이용해 요금 결제 때마다 부모의 인증을 받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때 부모의 동의 여부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입력해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자녀가 번호를 알고 있는 경우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국 유정임씨는 "사전에 부모가 등록해 놓은 비밀번호를 결제할 때마다 입력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jyle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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