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내 가장 낮은 성장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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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은이 발표한 2·4분기 GNP 추계에 따르면 1·4분기에 5·6%에 그쳤던 실질 경제 성장률이 2· 4분기에 7·4%로 높아져 상반기 전체로는 6·5%를 기록했다고 한다.
6·5% 성장률은 작년 상반기의 11·8%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고 특히 81년이래 최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는 우울한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1·4분기의 5·6%에서 2·4분기에 7·4%로 성장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일단 우리 경세가 최악의 국면에 빠지지 않고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가장 우려했던 설비 투자가 1·4분기에 2·1% 증가에서 2· 4분기에 13·4%로 회복세를 보였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2·4 분기의 성장추세를 근거로 우리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결론을 내리는데는 아직도 불안요인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2·4분기의 성장회복은 주로 민간소비 증가와 건설·서비스업의 신장에 의존하고 있고 가장 중요한 제조업 부문은 아직 침체국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제조업 부문도 1·4분기의 1%성장에서 2·4분기에는 5·2%로 상대적 신장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반기 전체 신장률은 3·1%에 그쳐 작년 상반기의 12·7%에는 비교도 안되는 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부심을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요지표인 수출물량은 1·4분기의 4·3% 감소에서 2·4분기에는 4·5% 감소로 감소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상공부가 조사한 제조업 가동률도 1·4분기의 77·1%에서 2·4분기에는 75·6%로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설비투자가 13·4%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그 내용을 뜯어보면 새로운 공장건설을 나타내는 공업용 건축허가 면적은 2·4분기에 오히려 9·8% 감소하고 제조업 기계수주가 2·4분기 전체로는 11·3%가 늘었다 하지만 2·4분기 마지막달인 6월에는 제자리걸음을 한것으로 나타나 기업투자 심리의 회복과는 아직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각 기업들이 연초에 세워 놓았던 설비투자 계획의 진척도는 34·7%에 불과하며 이같은 투자부진은 주력산업인 자동차·전기전자 부문에서 두드러 진다는 조사결과도 나와있다.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해 볼때 우리경제는 10%를 계속 넘고 있는 민간소비와 12%대를 웃도는 건설업등의 경기호조로 경기사이클의 하강국면은 일단 벗어났다 해도 경제에 활력과 추진력을 불어넣을 제조업의 생산활동·수출·투자에는 아직 탄력이 붙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같은 시점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행여나 2·4분기의 실적을 내세워 앞으로의 경제전망을 지나치게 낙관, 안이한 자세로 경제운용에 임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또 같은 발상에서 지금과 같은 내수위주의 성장패턴에 안주하려 하는 경향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 하는 점도 미리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국내시장보다는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가능성을 넓혀 나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경쟁력의 강화와 기술개발, 그리고 시설투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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