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주인 찾는 워터게이트 빌딩|"손대면 손해본다"징크스 입증 사는 사람마다 재정난에 허덕 일서 사들일까 미국인들 초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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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미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이 「손만 대면 손해본다」는 지금까지의 징크스대로 다시 팔릴 운명에 놓여 있다.
워터게이트빌딩은 지난 72년 미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의 선거본부였다. 공화당의 닉슨 후보는 중앙정보국 (CIA)요원을 이 빌딩에 침투시켜 민주당 선거전략을 빼내는데 성공했으나 대통령 당선후 언론의 폭로로 74년 끝내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워터게이트빌딩은 워싱턴을 가로지르는 포토맥 강변의 10에이커 땅에 객실2백37개의 호텔을 비롯, 모두 1만2천5백평 규모의 사무실빌딩 4개와 일반 분양된 아파트동등 모두 6개의 종합 건물로 돼있으며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건물의 현재 시가는 약 1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워터게이트빌딩은 지난 50년대 헝가리태생 미사업가 살고씨가 착안, 10여년 뒤 이탈리아계 부동산회사 소시에타 제네랄레 임모빌리아레(SGI)가 투자, 65년부터 2년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준공됐었다.
SGI는 로마교황청인 바티칸이 대주주로 있어 바티칸이 사실상 워터게이트소유주였다.
건물주인은 ▲바티칸에서(65년)▲SGI투자고문이던이탈리아인 신도나씨(69년)▲살고씨가 참여한 콘티넨틀 일리노이부동산(CIP)(79년)▲팬아메리칸부동산(PAP)과 영국석탄이사회(BCB)▲BCB로 5차례나 주인이 바뀌었다.
그러나 바티칸이 지난 69년 이탈리아정부와의 탈세여부 논란 끝에 SGI 주식을 매각했고, 신도나씨는 미국내 주력기업의 도산(74년)과 마피아관련으로 투옥돼 사망했으며, 다음 주인인 CIP도 워터게이트 매입후 자금난으로 소유권을 넘겼다.
영국탄광노동자연굼관리회사인 BCB는 지난 86년 공동소유주 PAP로부터 워터게이트 전체 빌딩을 인수했으나 다시 재정난으로 소유권을 내놓게 됐다.
영국석탄이사회가 워터게이트 건물을 내놓자 미국인들의 반응은 착잡하다.
현재 미국에는 외국자본 3백20억달러가 들어가 각종 건물등 부동산을 매입, 『외국인이 미국을 몽땅 사려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인들은 최근 일본이 1백40억달러를 투입, 부동산을 사재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해있다.
미국인들은 오명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워터게이트빌딩의 소유권이 미국인이「사촌」쯤으로 생각하는 영국인에게 있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자위해왔으나 이번엔 일본인이 이 빌딩을 사들일까봐 내심 초조해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한편 외국투자자들이 계속 미국에서 부동산을 매각, 귀국하게 되면 외국 자본의 철수라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워터게이트빌딩 소유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워싱턴의 신축사무실빌딩이 도심보다 외곽으로 몰리고 있고, 또 도심에서도 빌딩수가 늘어나 사무실 임대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다른 신규빌딩의 사무실임대율이 최고 95%∼최저 88.4%인데 비해 워터게이트 빌딩은 69.4%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워터게이트빌딩의 불운은 소유주 개인이나 회사의 불운 탓도 있으나 실제는 이 같은 경영부실이 더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진창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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