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인 사귀다 문책 겁나 탈출 북한주민불안…점보는 사람 많다"|아주서 귀순 고운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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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모잠비크주재 북한농업기술대표단 통역원으로 지난 12일 우리나라에 귀순한 고운기씨(39)가 25일 오전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지인 여자와의 교제등 자유행동에 대한 문책과 북한소환경고를 받고 귀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북한에 부인 이연분씨(40·평양역 열차정비공)와 장남 강철(18·군입대)등 3남1녀를 두었고 아버지 고상수씨(61·중앙당 대외정보조사부1과부과장) 등 부모형제들이 살고 있으며 남한에 살고 있는 친척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고씨는 또 『최근 북한주민들 사이에는 언제 무슨 명목으로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암암리에 점장이에게 점을 보거나 액운퇴치를 위해 부적을 만들어 갖는 경우가 많다』며 『나도 88년 8월 농업기술대표단 통역원으로 파견되기에 앞서 여자점장이에게 50원을 주고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로 만든 칼모양의 부적 2개를 만들어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북한의 일부 의식있는 주민들은 TV를 통해 방영하는 남한대학생들의 데모장면에 비쳐진 서울시가지모습 등을 보고 남한이 발전된 것으로 느끼고 있다』며 『특히 방북재일교포 및 중국교포들을 통해 「서울이 동경 못지 않게 발전되었으며 각 가정마다 전화가 있다」「세계 자동차성능검사에서 남조선이 1등을 했다」는 등의 얘기가 퍼지고 있어 상당수 북한주민들이 북한당국의 남한비방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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