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성공률 높이려면 ‘임상 디자인’ 공 들여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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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9호 04면

위기의 K바이오

이승규

이승규

‘K바이오 위기론’을 바이오 산업 현장에선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바이오협회의 이승규(58·사진) 부회장은 13일 통화에서 “위기라면 위기지만, 더 냉정히 봐야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의 말은 이렇다. “5년 전만 해도 K바이오는 어떻게든 라이선싱 아웃(기술수출)을 해내자는 게 목표였다. 요즘은 스타트업이 2000억원대 규모의 기술수출도 한다. 증시에서의 과대평가 문제는 따져봐야 하지만 산업 자체는 정상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 부회장 #딱 맞는 환자·병원 선별 등 중요 #선진국 기업도 3상 통과 62%뿐 #K바이오 15~20% 성공해도 성과

최근 위기론의 중심엔 신약 임상 3상 단계에서 고배를 마신 일부 기업이 있었다. 아쉬워도 아주 충격적인 결과까지는 아니라는 게 이 부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해외에서도 3상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받는 경우는 전체의 약 62%뿐”이라며 “신약 개발 경험이 풍부하더라도 3상에서 주저앉는 경우가 많은데 경험이 부족한 K바이오는 15~20%의 확률만 기록해도 훌륭한 성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 성공 확률을 높이느냐다. 이 부회장은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 K바이오는 좋은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서 특허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물질만 좋다고 임상을 통과하는 건 아니다”라며 “해외 선진 기업들은 3상으로 갈수록 ‘임상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이는데 K바이오도 그런 면에 힘쓸 시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개발한 신약에 최적화한 질환을 앓는 환자를 잘 선별해서 모집하거나 ▶해당 신약을 잘 다룰 수 있는 병원을 파악해 택하는 것 등을 임상 디자인이라고 한다. 신약 효능의 최대치가 나올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임상 디자인에 성공할수록 임상 통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임상수탁기관(CRO)을 신중하게 골라 선진국처럼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도 있다. 최적의 임상 환경을 구축하려면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의 도움이 필수여서다. 이 부회장은 "해외에서도 K바이오의 기술력은 강점이라고 얘기한다”며 “정부 지원과 벤처캐피털 투자 확대로 좋은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업계가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만 보완하면 승산은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 외에도 한미약품을 비롯한 대형 제약사까지 350여 업체를 회원사로 뒀다. 이 부회장은 연세대 공대 석·박사, 일본 도쿄공대 연구원을 거쳐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13년간 운영했던 현장 전문가다. 2012년 협회에 합류해 정부 산하 스마트헬스정책자문단 자문위원과 바이오특별위원회 민간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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