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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전은 특정국 의존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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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달 이탈리아와 영국 등 유럽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유럽연합(EU) 역내 전력공급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새벽 이탈리아 전역에 전력공급이 중단된 것에 앞서 덴마크와 스웨덴.영국 등 일부 지역에서도 연쇄적으로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이탈리아에서는 하루 만에 전력공급이 전면 재개됐으나, 지하철과 비행기 등 대중교통수단은 그 다음날까지 묶여 시민들이 큰 피해를 겪었다. 만성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1980년대 이후 연평균 세차례나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오고 있다. 하지만 초여름부터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 들어서는 6월 말부터 각지에서 소규모 정전이 잇따라 발생했다. 그 결과 일부 지역의 도시기능이 자주 마비되기도 했다.

?전력 공급체계의 문제점=이탈리아 정전의 원인은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수입되는 전력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악천후로 큰나무가 쓰러지면서 일부 송전선이 차단된 게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탈리아는 87년 국민투표로 원자력발전을 포기했다. 국내 화력.수력발전으로 일부 전력수요를 충당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프랑스와 스위스 등지에서 전력을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에선 각국이 전력을 서로 사고파는 국제공급체계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EU는 96년부터 발전 부문의 개방과 송전선.배전선 운영을 위한 회원국들의 국내법 정비를 적극 추진해왔다. 10년 내에 전력 부문의 단일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악천후 등 수출국가의 자국 내 문제로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취약점을 드러냈다.

잦은 정전 소동을 빚으면서 이탈리아의 일부 여당의원들 사이에서는 "경제활동의 생명선인 전력을 타국에 의존해선 안 된다"며 "또다시 원자력발전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 여름 폭염도 한 요인=유럽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올해 유럽에서 정전이 잦은 이유로 사상 최악의 폭염을 우선 꼽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부 유럽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프랑스와 스위스가 국내용 전력공급을 우선하면서 전력 수입국들의 송배전망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정전이 자주 발생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퐁텐 산업담당 장관은 "극심한 더위로 원자력발전소들의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소들이 주로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예년보다 강물이 5도 가까이 올라 냉각수로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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