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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처분 취소 이어 4억 세금폭탄···울고싶은 반포주공1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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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주공1단지. [중앙포토]

반포주공1단지. [중앙포토]

총 사업비만 10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재건축 사업의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반포주공1단지 관리처분 무효 판결 #10월 이주 앞둔 2120 가구 발 묶여 #관리처분계획 취소되면 환수제 폭탄 #가구당 4억원 이상, 사업 어려워질 것 #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16일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인 한 모 씨 외 266명이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이주할 예정이던 2120가구의 발이 묶였다. 5층 이하로 구성된 이 단지는 최고 35층, 5388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었다.

조합 측이 항소해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대로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되면 여파가 크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다시 받을 경우 재건축초과 이익환수제(환수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환수제는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으나 유예됐다가, 2018년 1월부터 다시 시행됐다.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시점부터 준공 때까지의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주변 집값 상승분과 개발비용을 뺀 금액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는 제도다.

정부가 지난해 1월 환수제를 앞두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부과될 예상 부담금을 공개했을 당시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액이 4억3900만원, 최고 8억원이 넘는 단지가 나오기도 했다.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의 경우 큰 평형대가 많아 예상 부담금이 가구당 평균 4억 원대로 예상됐으나, 정부가 밝히 부담금 최고액 8억원 대상 단지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업계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서둘렀던 것이 화근이다. 당시 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주요 강남 재건축 사업장은 관할구청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기 위해 그야말로 내달렸다.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 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한 내에 신청을 한 단지는 세금 폭탄을 피했다며 만세를 불렀다. 반포주공 1단지 1ㆍ2ㆍ4주구도 2017년 12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했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후의 모습. [중앙포토]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후의 모습. [중앙포토]

업계에서는 반포주공 1단지 1ㆍ2ㆍ4ㆍ주구가 빠른 사업 시행을 위해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공동사업시행방식’을 택했던 것이 결국 이번 소송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조합이 주체가 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공동사업시행은 조합과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가 함께 사업을 시행하는 제도다. 시공사가 자금조달도 하고 이익도 가져가다 보니 조합의 이익이 줄어 잘 선택하지 않는 방식이나, 사업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 환수제를 피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한신4지구, 방배13구역 등이 이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은 서둘러 사업시행을 하는 과정에서 가구 배정에 형평성이 없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관리처분 총회를 앞두고 조합원들이 분양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전용 107㎡(42평형) 조합원의 경우 ‘1+1’로 2주택을 신청할 때 조합에서 ‘전용 59㎡+135㎡(25+54평형)’은 신청할 수 없다고 안내해놓고 일부 조합원은 이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시공사 선정 투표할 때 제시된 스카이브릿지 등 특화설계안이 시공사 본계약에서 빠졌다며 2017년 9월 27일께 진행한 시공사 선정 총회를 무효로 해달라는 ‘총회결의 무효 확인 소송’도 제기된 상황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공동사업시행방식 관련 충분한 숙의나 연구가 안 된 상태에서 세금 폭탄을 피하겠다고 서둘러 추진하다 보니 결국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공동사업시행방식을 택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단지에서도 같은 문제가 터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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