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관리하라"며 제자들 골프채로 폭행한 음대 교수들 집행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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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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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을 골프채 등으로 때리는 등 폭행을 일삼고 성추행과 횡령을 한 음대 교수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원 등에 따르면 2015년 11월, 당시 국민대 음대 교수 김모씨는 자신들이 가르치던 학과 학생들을 합주실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 김씨는 사무실에 있던 골프채를 꺼냈고, 엎드린 학생들을 향해 5~7회씩 휘둘렀다. ‘후배 학생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학생들을 향한 김씨의 폭행은 이어졌다. 2016년 9월 학과 학생들과 경기 가평군의 한 펜션으로 세미나를 간 김씨는 이유 없이 학생들의 얼굴에 음식물을 던지고 허벅지를 꼬집었다. 한 학생에게 ‘왜 고기를 안 굽냐’며 땅에 머리를 박게 한 뒤 옆구리를 걷어차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부터 11월에 이르기까지, 학과 학생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김씨는 수차례 학생들을 향해 음식물을 던지고 학생들의 허벅지를 꼬집는 행동을 반복했다.

학생들은 같은 학부 겸임교수인 조모씨도 폭행과 추행을 반복해 왔다고 했다. 조씨는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학과 학생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학생들의 머리와 얼굴을 때렸다. 같은 해 11월에는 회식 자리에서 여학생의 신체를 동의 없이 만지며 “남자친구와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냐? 내가 남자로서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허위 실적 보고·횡령도

이외에도 김씨와 조씨는 학교에 허위 업적보고를 올려 실적을 부풀리고 악단 공금을 횡령하기도 했다. 김씨는 2015∼2016년 교원업적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 조씨와 짜고 실제로는 자신이 지휘하지 않은 공연을 직접 지휘한 것처럼 속여 업적평가 시스템에 입력하고, 가짜 공연 팸플릿을 만들어 증빙자료로 제출했다. 또 김씨는 2012∼2016년 자신이 조직해 운영해오던 악단의 공금 1억9천여만원을 임의로 인출해 주식투자 등 개인적 용도로 썼다.

이에 대해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재희 판사는 상해·업무방해·횡령·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김씨와 함께 업무방해·폭행·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명령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잘못된 관행 무비판적 답습" 

이 판사는 "피고인들의 업무방해·횡령·폭력행위 등은 범행 기간이나 횟수, 구체적인 내용, 피해자의 수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특히 김씨는 오랜 기간 대학교수의 지위에 있으면서 잘못된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거나, '불가피한 훈육'이라는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범행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다만 피고인들이 공모한 업무방해가 교원 업적평가 업무를 직접·구체적으로 방해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폭력 범행이 피해자들에 대한 가해 의도를 가지고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김씨가 횡령액을 모두 반환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와 조씨는 현재 교수직에서 해임된 상태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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