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고유정 의붓아들 현장 사진 삭제 왜…경찰에 겁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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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12일 오전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12일 오전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정(36) 의붓아들 사망사건 관련 소방당국이 6건의 현장 사진을 삭제한 배경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MBN은 윗선의 삭제 지시와 경찰의 압력이 있었다는 소방 내부관계자들의 녹취록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MBN이 입수한 소방청 내부 감찰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유정의 현 남편 A(37)씨는 지난 6월 소방당국을 상대로 자신의 아들이자 고유정의 의붓아들인 B(5)군 사건 사망 당시 현장 사진 공개를 요청했다. 이후 소방당국은 현장 사진 8장 중 2장만 언론에 공개했는데, 그 사이 경찰이 두 차례 소방서를 찾아왔다는 기록이 있었다. 고유정 현 남편이 사진 공개 요청을 한 다음날인 6월 25일과 26일 해당 사진과 관련해 경찰이 다녀갔다는 것이다.

소방 내부관계자는 사진 6장을 공개하지 않고 삭제한 과정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내가 분명히 '(사진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 공개를 해야 하는 사진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얘기를 했는데 (상관이) 이건 공개 안 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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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또 "경찰에서 왔었을 때 사진 없다고 했는데, 다른 사진이 나가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냐. 경찰서에서 계속 연락이 왔었다"고 말했다. MBN은 해당 인터뷰와 함께 관련자가 "경찰한테 겁먹었다. 경찰이 다녀간 타격이 컸다"고 말하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그 사진과 관련해 좀 갔었다. 나중에 언론 브리핑 때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고씨가 의붓아들 사건 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며 "구체적으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고유정 측 변호인은 지난달 22일 현 남편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B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10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군은 제주 친가에서 지내다 고씨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청주로 온 지 이틀 만에 숨졌다. B군이 숨지기 전날 한방에서 잠을 잔 사람은 A씨다. A씨는 이날 2일 오전 10시쯤 피를 흘리고 엎드린 채 숨진 아들을 발견하고 고유정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국과수는 지난 5월 B군에 대한 부검 결과 "압착에 의한 질식사"란 소견을 내놨다.

A씨는 고유정의 전 남편 살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후 아들 B군 의문사 사건을 재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하면서 B군을 죽인 범인으로 고유정을 지목했다. 지난 6월 13일 제주지검에 고소장을 내면서 '아들이 숨지기 전날 밤 고유정이 준 차를 마시고 평소보다 깊이 잠이 든 점', '아들 사망 당일 고유정이 일찍 깨어있었는데 숨진 아이를 발견하지 못한 점', '고유정이 감기를 이유로 다른 방에서 자겠다고 미리 얘기한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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