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출산은 '軍 기피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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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에서 원정 출산한 산모 가운데 일부가 출국 전 태아 감별을 한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일 "최근 조사한 원정 출산 산모 12명 중 2명이 각각 서울 강남의 K병원과 C병원에서 태아 성 감별을 한 뒤 남자아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원정 출산을 떠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 2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금명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이번에 조사한 산모 12명 중 8명이 남아를 출산했으며, 입건한 알선 업자들도 원정 출산의 80%가 아들을 낳았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임산부들이 태아를 성 감별한 뒤 남자아이일 경우 병역면제 등을 노리고 원정 출산을 떠난 사례가 상당수일 것으로 보고 알선 업체와 병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행 의료법 19조2항은 태아 성 감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긴 의사는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은 이날 무허가 여행 업체를 차린 뒤 해외 원정 출산을 알선한 혐의(관광진흥법 위반)로 경기도 성남시 모여행사 대표 金모(40)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金씨 등은 문화관광부에 등록하지 않고 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 '미국에서 원정 출산하면 시민권을 얻어 각종 혜택도 받고, 군대도 안 간다'고 광고, 임신부 50명에게서 1인당 2천달러의 대행료를 받고 원정 출산을 알선한 혐의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24일 "알선 업체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무리며, 산모들에 대한 조사가 부실하다"며 경찰이 신청했던 영장을 반려했었으나 이번엔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원정 출산 괌.캐나다로=최근 미국 LA에서 원정 출산 임산부가 체포돼 조사받고, 경찰이 알선 업체 수사를 벌이면서 원정 출산 행선지가 캐나다 밴쿠버나 미국령 괌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미국처럼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무비자로 6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어 미국의 대체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캐나다 전문 원정 출산 알선 업체인 B사의 李모 이사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문의 전화가 5~6통에 불과했는데, 요즘엔 20여통 이상 걸려온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전문 알선 업체인 M사 측은 "종전에는 하루 평균 문의전화가 10여통 왔으나 최근 보도 이후 2~3통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중산층은 여전히 미국시민권을 선호하고 있다. 미국령 괌 전문인 C사의 吳모 팀장은 "비용이 2천만원이 넘는 미국 본토보다 30%가량 싸고 비자 없이 15일까지 체류할 수 있어 신청자가 제법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5일 만에 출산을 마치고 귀국하려면 산모의 건강에 무리가 따른다"고 경고한다.

고란 기자

[디지털국회]원정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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