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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 노 정부 6자회담 대표…외교가 “현역 복귀 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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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수혁. [연합뉴스]

이수혁. [연합뉴스]

차기 주미 한국대사로 이수혁(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종 낙점됐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초반 이 의원과 함께 검증을 진행했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막판에 돌연 주미 대사직을 고사한 배경을 둘러싸고서다.

20대 국회서도 북핵 등 현안 관여 #정의용·서훈과는 서울고 동문 #WP 기자 “미국, 문정인 반대” 트윗

이와 관련, 야권에서는 “청와대와 문 특보는 고사 형식을 취했지만 ‘한·미 동맹 제거가 최상책이다’ 같은 말을 해 온 문 특보를 미국이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존 허드슨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트위터에 “이 결정은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문 특보를 반대하는 신호를 보낸 뒤에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외교가에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23~24일 방한했을 때 문 특보에 대한 비공식적 의견을 전달했고, 주말을 거쳐 청와대가 또 다른 후보자 이 의원에게 대사 내정을 통보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내정자로 발표된 이 의원은 2003년 3월 노무현 정부 때 외교통상부 차관보로 승진했고,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도 맡았다. 이후엔 국정원 1차장을 역임했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 외통위에서 활동하면서 북핵·외교 현안에 관여해 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10년 전 외교 현장을 떠난 이 의원이 이 정부에서 ‘현역 복귀’를 갈망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며 “본인의 의지가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북한 비핵화 협상은 물론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나아가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미국 측 여론을 설득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날 AFP통신, CBS뉴스 등 외신들은 이 내정자를 두고 “한국 정부가 주미 대사로 트럼프 대통령을 ‘표리부동하다(treacherous)’고 비판한 인물을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내정자의 언급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이미 전에 들었다”며 통역하지 말라고 한 일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것이었다. 외신들은 이 내정자가 “그건 트럼프 스타일이다” “솔직히 나는 진짜 안 좋아하지만…”이라고 밝힌 사실을 거론하며, 최근 킴 대럭 미국 주재 영국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문을 보냈다가 트럼프의 격노로 결국 사퇴한 사실도 덧붙였다.

한편 이 의원 발탁으로 문재인 정부 초기 두드러졌던 ‘연정(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라인’보다 ‘서울고 라인’이 부상한 것도 눈에 띈다. 이 의원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같은 서울고-서울대 외교학과 선후배 사이로, 서훈 국정원장도 서울고-서울대(교육학)다. 반면에 정권 초반 안보실장으로도 거론됐던 문 특보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은 연세대 출신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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