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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파라솔 171개, 남성 양산 1000개… '대프리카'의 더위사냥 비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 한 백화점 앞에 설치된 조형물. 아이스크림 녹을 만큼 덥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뉴스1]

대구 한 백화점 앞에 설치된 조형물. 아이스크림 녹을 만큼 덥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뉴스1]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立秋·8월 8일)가 지났지만, 여전히 섭씨 30도 중반을 웃도는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위하면 떠오르는 '대프리카(아프리카와 대구 합친 말)'의 '더위 사냥'은 어떨까.

대구시, 양산쓰기 캠페인, 도로에 물안개 뿌리기 등 #2년 전 구경한 가정집 바나나, 올해는 아직 안열려

대프리카이 여름은 덥다. 그늘막 텐트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 [중앙포토]

대프리카이 여름은 덥다. 그늘막 텐트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 [중앙포토]

대구의 여름 더위 사냥 목표는 '그늘 만들어 온도 낮추기'다. 우선 대구 도심 곳곳에 ‘그늘막 쉼터’ 가 쳐졌다. 2017년 도심 주요 교차로에 30여개가 등장해 화제가 됐던 ‘몽골식’ 텐트를 대신한 그늘 만들기 시설이다. 높이 3.5m, 폭 5m짜리 고정형 파라솔 개념으로, 도심에만 171개가 설치됐다.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도로 한편에 세워진 그늘막에서 더위를 피하며 횡단보도 신호 등을 기다릴 수 있다. 그늘막 안은 외부 온도보다 섭씨 10도 정도 낮다.

지난 6월 18일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구지역 8개 구·군 단체장들이 양산 쓰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 대구시]

지난 6월 18일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구지역 8개 구·군 단체장들이 양산 쓰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 대구시]

'양산쓰기' 운동도 한창이다. 그늘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남자라도 ‘모양’ 안 빠집니다. 더우면 양산 씁시다”라는 주제로다. 대구시는 양산 2000개를 구매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섰다. 시는 양산쓰기 운동 성공 여부를 남자 양산 쓰기로 보고 집중 공략 중이다. 양산 2000개 중 1000개를 아예 남성용(여성용 1000개는 4가지 색깔로 제작)으로 제작했다. 색깔이 알록달록하면 양산 쓰기를 쑥스러워할 수 있다고 보고, 검정 양산으로만 만들었다.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를 7도 정도 낮출 수 있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쿨페이브먼트’도 있다. 도로 표면에 열 축적을 방지하는 특수 도료 등으로 도로를 덧칠하는 폭염 대비책이다. 이러면 도로 표면 온도를 10도 이상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달서구 문화예술회관 앞과 시청 앞 도로 등에 쿨페이브먼트가 시공돼 있다. ‘쿨링포그’도 한창 가동 중이다. 쿨링포그는 파이프에 노즐을 촘촘하게 설치한 뒤 물을 안개처럼 분사하는 시스템이다. 일종의 인공 안개비. 미세한 물 분자가 기화하면서 열을 빼앗아 주위 온도를 3∼5도 낮춘다. 2014년 여름 대구 국채보상공원에서 최초 등장한 이후 올해까지 김광석 길 등 60여곳에 쿨링포그가 설치됐다.

클린로드 시스템. [중앙포토]

클린로드 시스템. [중앙포토]

대구 북구 국우터널 주변 1.3㎞와 수성구 만촌네거리~계명대역 사이 9.1㎞에는 도심 바닥 온도를 낮추는 클린로드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클린로드는 도로 바닥에 물을 수시로 뿌려주는 폭염 대비 장치다. 도로 온도를 20도 이상 낮춘다. 신천물놀이장 등 모두 17곳의 물놀이장도 운영 중이다. 건물 옥상에 특수도료를 발라 건물 온도를 낮추는 '쿨루프'도 46개 건물에 만들었다.

‘물병 작전’도 한창이다. 대구시는 2013년 여름부터 시민들에게 폭염 특보 발효 때마다 시원한 물이 담긴 물병을 나눠주고 있다. 냉동 탑차에 물병을 싣고 다니면서다. 공원이나 도시철도 역사 등을 찾아 시민에게 건넨다. 물병은 일반적인 생수병과 같이 생겼다. 올여름에만 4만병 이상을 건넸다. 부채도 함께 나눴다.

열대야 잡기에도 힘을 쓴다. 대구 달서구는 폭염 취약 계층을 위해 찜질방을 활용한 폭염 대피소인 ‘심야 찜통더위 쉼터’를 운영 중이다. 대구 수성구와 달성군은 동 주민센터에 텐트 등을 설치, ‘무더위 쉼터’를 운영 중이다.

2017년 여름 페이스북 '대구는지금' 페이지 사진. 가정집에 바나나가 열려 당시 화제가 됐다. [중앙포토]

2017년 여름 페이스북 '대구는지금' 페이지 사진. 가정집에 바나나가 열려 당시 화제가 됐다. [중앙포토]

한편 2017년 바나나가 열려 화제가 됐던 대구의 한 가정집에는 올해는 아직 바나나가 열리지 않았다. 집주인은 "지난해부터 대구의 무더위가 다소 약해진 건지, 올해도 아직은 바나나가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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