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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만난 美국방, 한일 언급 없이 태평양 전략만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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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이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 입구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맞이하고 있다. [뉴스1]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이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 입구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맞이하고 있다. [뉴스1]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9일 한국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과 회담했다.

정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북한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쏘고, 일본은 경제보복 조치를 발표하고, 중국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고, 러시아는 영공을 침범하는 등 안보환경이 엄중한 시기에 에스퍼 장관과 한반도 안보 상황과 한ㆍ미 동맹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퍼 장관은 “한ㆍ미 동맹은 철통(ironclad)과 같으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linch pin)”이라며 “또한 우리(한ㆍ미)는 평화로운 한반도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철통’과 ‘핵심축’은 한ㆍ미 회담 때마다 나오는 수사적 표현이다. 에스퍼 장관은 ‘한반도’를 ‘인도ㆍ태평양’과 함께 언급하면서 미국의 주요 관심 지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인도ㆍ태평양'은 미국이 주도하고 인도ㆍ호주ㆍ일본이 함께 하는 경제ㆍ안보 연대의 전략을 의미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일 갈등에 미국이 개입해주길 은근히 바라는 한국의 바람과 달리, 에스퍼 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아시아 전략의 중요성 등 자국의 이익만 내세웠다”고 평가했다.

회담이 끝난 뒤 양국 국방부는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한반도 안보 상황과 전시작전권 전환 추진 등 한ㆍ미 동맹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소식통은 “두 장관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함께 우려했다”면서 “한국이 전작권 전환에 대해 주로 얘기했고, 미국이 이를 경청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도 회담 의제에 올랐다. 정 장관은 “일본이 최근 한국을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 배제하면서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에 악영향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에스퍼 장관은 ‘한ㆍ미ㆍ일 3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을 통해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미국의 뜻을 에둘러 전했다.

그 결과가 공동 보도자료에서 “한반도 주변 지역의 안정 유지를 위해 굳건한 한ㆍ미 동맹을 바탕으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대목에 반영됐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지소미아 유지를 바라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한국이 고려해보겠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에스퍼 장관은 또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해 국제 사회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보장하는 다국적 연합체에 한국의 참여를 권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우리 선박의 안전을 위한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방부는 현재 다국적 연합체에 참가할 지, 단독으로 활동할 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 당국자는 “에스퍼 장관이 한ㆍ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이란 단어는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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