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무대 "풍성"-서울연극제 25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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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하고 문예진흥원이 후원하는 이 연극제는 한국연극계의 가장 큰 행사·올해부터는 한국연극협회가 문예진흥원으로부터 연극제 주최를 완전 이관받아 진행하게 되는데 참가 대상극단이 각 시·도에 등록된 전국의 극단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번역극(초연)도 공연참가작품으로 포함시키는등 내용이 더욱 다양해졌다.
초청공연작품으로는 국립극단의『태평천하』와 올해 전국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극단 황토(전주)의 『오강군의 발톱』이 선정됐다. 8개 경연작품 가운데 극단 민중의『칠산리』, 극단 사조의『암소』, 극단 실험의 『실비명』등 7편은 창작초 연작이며 극단현대극장의 『아버지 바다』는 이미 무대에 올랐던 창작극이다.
올해의 참가작들은 김대건신부의 일생이나 에밀레종등 역사성과 종교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과 민족분단·학생운동·농촌문제등 사회적 현실을 다룬 리얼리즘계열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극단 세실의 『오구-죽음의 형식』은 제의성이 두드러진 연극이다.
개막작품인 극단 민중의 『칠산리』는 이강백 작, 정진수연출로 아직 아물지 않은 민족분단의 아픔이 주제 산골마을 칠산리에서 좌·우 양측으로부터 버림받은 빨치산의 아이들을 양육하다 숨진여인의 사랑을 통해 6·25이래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조명했다.
극단 사조의 『암소』는 이문구씨가 자신의 소설을 직접 각색한 작품으로 박진수씨가 연출을 맡았다. 60년대초 작은 농촌마을에서 근대화바람이 일으킨 전통과 현대화의 부조화 때문에 빌어지는 농어민의 갈등, 정책부재가 빚는 농민들의 고난과 좌절을 담았다.
극단 대하는 거범석작, 김완수연출로『사막의 이슬(원제 김 안드레아부)』을 공연한다. 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의 일생을 통해 가톨릭의 선교과정과 수난사를 그린 역사극이자 성극.
극단민예는 배봉기작, 정현연출의 『흔종』을 선보인다. 에밀레종의 전설을 현대적으로 바꾸어 예술과 정치와 종교적 정신을 대비시키면서 인간에 대한 본질적 탐구를 시도한 작품으로 주요장면마다 향가조의 노래가 삽입된 것이 특징이다.
극단세실이 이윤택작, 채윤일연출로 무대에 올리는『오구-죽음의 형식』은 전통연희형식과 현재의 메시지가 결합되어 하나의 굿형식을 지닌다.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 산자의 연희-몸거두기-일상연극행위로서의 초상-일상으로 끌어내린 저승-난장의 과정을 통해 죽음과 삶을 넘나들며 우리네 전통적 삶의 문법을 찾아 무대화한 작품이다.
극단 실험극장은 정복근작, 윤활진연출로 『실비명』을 내놓는다. 시위와 투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운동권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 빈부와 노·사문제등 이시대의 아픔을 그렸다.
극단 현대예술극장은 노경식작, 정일성연출로 『번제의 시간』을 공연한다. 일제식민지 치하에서 일본군 육군중장을 지낸 전범 홍사익의 재판과정을 극화한 작품.
극단 현대극장의『아버지바다』는 이반작, 김호태연출로 실향민 2세대의 갈등과 아픔을 드러낸다.
이번 연극제 참가극단들의 공연일정은 다음과 같다(공연시간은 모두 오후4시30분과 7시30분).
◇문예회관 대극장
▲8월 25~27일=국립 극단 『태평천하』 ▲8월29∼30일=극단 황토『오강군의 발톱』 ▲9월1∼6일=극단 사조『암소』 ▲9월8∼13일=극단 대하『사막의이슬』 ▲9월15∼20일=극단 민예『흔종』▲9월24∼29일=극단 현대『아버지바다』 ▲10월4∼9일=극단 현대예술극장 『번제의시간』 ◇문예회관 소극장
▲8월 26일∼9월7일=극단 민중『칠산리』▲9월9∼21일=극단 세실 『오구-죽음의 형식』▲9월23일∼10월5일=극단 실험극장『실비명』<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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