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총범죄」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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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가스총을 갖춘 기동범죄가 판치고 있다.
17일 발생한 공주농협 현금탈취 사건에 이어 21일 또다시 부천농협 현금수송 차량이 가스총을 지닌 차량이용 떼강도들에게 피습됐다.
두 사건 모두 기동성을 갖춘 차량을 범행에 이용한데다 공통적으로 가스총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범죄가 현대화하는 추세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주목된다.
경찰은 87년 말부터 88년까지는 어린이 대공원 피습과 안산 떼강도 사건에서 보듯 공기총이 최첨단 범행무기로 등장했으나 올해부터 가스총 범죄가 크게 늘어난 점을 지적하면서 『범죄의 기술흡수 속도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르다』고 말한다.
범인들이 가스총을 애용하는 까닭은 ▲살상무기가 아니면서도 범행대상을 쉽게 제압할수 있고 ▲보관과 휴대가 편리한데다 ▲효과에 비해 가격도 10만원 수준으로 그다지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호신용으로 사회에 소개된 가스총이 이미 범행무기로 등장해버려 최근 유흥가의 주먹들까지도 필수품으로 휴대하고 있다는게 경찰의 지적이다.
게다가 상식화 되어버린 도난 차량의 범죄이용도 경찰수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두 사건에서 보듯 범행이 불과 1분도 안되는 순식간에 끝나는 데다 도피시간까지 10분도 안걸려 범인들이 이미 안전지대로 나간 뒤에야 경찰의 검문검색이 시작되는 것이다.
또 이점은 현장에서의 목격자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고 범행차량을 이용해 현장의 모든 유류품까지 싸들고 가는 셈이어서 현장 중심의 수사가 가지는 효용을 크게 제약한다고 경찰은 말한다.
이런 사실은 최근 몇 해 동안 일어난 옥천·춘천의 대규모 현금 강탈사건은 물론이고 이번 공주사건까지도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현장이 아니라 범인들끼리 장물 분배를 둘러싼 암투나 제보에 의해 풀리고 있는 사실에서도 쉽게 짐작 할수있다.
사건현장에서 마주치는 경찰도 『피해자=용의자의 증거가 포착되지 않으면 아예 현장보다 대규모 사건일 경우 제보나 동일수법 전과자 수사에 매달리게된다』고 수사력의 한계를 고백한다.
수사경찰의 한 간부는『철사 하나로 훔칠수 있는 차량들이 즐비하고 10만원만 가지면 회칼은 물론 공기총·가스총까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현실에선 시민 모두가 강력 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이런 조건에서는 경찰도 범죄의 적극적 예방은 커녕 범인들을 뒤따라 다니기에도 바쁘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범죄 예방의식 부족은 더 큰 문제.
7억원의 현금을 매달 두차례씩 실어 나르는 공주농협의 경우나 매일 6천만∼7천만원을 수송하는 부천농협의 경우 고작 가스총 한자루에 청원경찰 1명으로 대담하게도 같은 시각 같은 길을 왕래 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의 한 간부는 『가스총 규제나 도난차량 검색장비의 개발은 물론이고 피해자 스스로 희생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범죄가 줄어들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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