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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였던 '학교앞 마사지방'…2심선 "가능성만으로 처벌"

중앙일보

입력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마사지업소를 운영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업주가 항소심에선 벌금형에 처해졌다. 이 마사지업소가 현행법상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 운영할 수 없는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달라지면서다.

법원,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마사지업소 운영자에 벌금형 #"실제 성행위 이뤄졌는지 여부 아니라 '가능성' 판단해야" #운영자 주장도 신빙성 떨어진다고 판단…1심판결 뒤집어

1심에선 이 마사지업소에서 실제 성행위 영업이 이뤄졌는지에 집중했지만, 항소심에선 이 마사지업소에서 성행위 영업이 이뤄질 ‘가능성’만으로도 이 업소가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라고 봤다.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는 ‘불특정한 사람 사이의 신체적인 접촉 또는 은밀한 부분의 노출 등 성적 행위가 이뤄지거나 이와 유사한 행위가 이뤄질 우려가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소’를 뜻한다.

대구지법 형사항소4부는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마사지업소를 운영한 혐의(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김모(32)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은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내 지역을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정해둔 구역을 말한다.

김씨는 지난해 1~3월 대구 수성구 한 중학교에서 약 178m 떨어진 곳에 방 6곳과 샤워실을 갖춘 업소를 차려 손님들에게 5만~6만원씩을 받고 마사지 업소를 운영했다. 김씨는 성행위 또는 유사 성행위 우려가 있는 영업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교육환경보호구역. [자료 한국교육환경보호원]

교육환경보호구역. [자료 한국교육환경보호원]

앞서 1심에서 김씨는 업소에서 성행위 또는 유사 성행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경찰이 단속을 할 당시 업소 안에서 일회용 속옷과 콘돔 2개가 발견되긴 했지만, 김씨가 “일회용 속옷은 손님의 편의를 위해 제공했고 콘돔은 개인적으로 쓰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해 불법 영업의 증거가 되지 못했다. 업소 종업원들도 마사지 관련 업무만 했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마사지 업소와 같은 시설과 설비를 구비해 오일마사지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사정들만으로 통상적인 마사지 영업을 하는 것을 넘어 성행위 또는 유사 성행위가 이뤄질 우려가 있는 영업까지 했음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이 사실을 오인한 것이라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은 뒤집어졌다. 재판부는 “교육환경보호구역은 청소년들의 출입이 빈번한 학교 주변에서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행위가 이뤄질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따라서 해당 업소에서 실제 성적인 행위 등이 이뤄지는 영업을 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성적인 행위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전경. 대구=김정석기자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전경. 대구=김정석기자

재판부는 “사건 업소 내부엔 벽으로 나눠지고 출입구 쪽에 커튼이 설치돼 있는 6개의 방이 있고, 각 방 안에는 침대가 비치돼 있으며 각 방 이외에 손님들이 사용하는 샤워실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며 “업소에서 신체적 접촉이 이뤄지거나 성 관련 신체 부위를 노출하거나 성행위 또는 유사성행위가 이뤄질 우려가 있는 영업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성행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 주장에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재판부는 ▶각 방이 밀실로 이뤄져있고 ▶최초 김씨가 한 진술에서 ‘손님에게 7만원을 받는다’고 했지만 업소 내 게시된 가격표와 일치하지 않으며 ▶업소에 피부관리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없고 ▶업소 외부에 간판이 없으며 ▶평소 문이 잠겨 있어 벨을 눌러야 출입이 가능한 점 등을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입법 목적과 피고인이 업소를 운영한 기간, 업소 규모 등을 종합해 벌금 액수를 정했다”고 덧붙였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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