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제2거사」꿈꾸는 J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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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까지 정계개편설의 중심은 항상 JP (김종필 공화당총재)였다.
그는 지난해 총선 직후 내각책임제를 먼저 발설했었고 그후 정계개편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발언을 해왔다. 작년 8월 민정당 윤길중 대표위원의 마닐라발언 (내각제 개헌)파문도 사실상 그로 인해 빚어졌었다.
그는 주변의 품종이나 당내의 자제요청도 아랑곳없이 자신이 구상한 정계개편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JP의 속마음은 어떤 것일까.
7·10청와대 밀약설 후 그는 아리송한 표현한 할뿐『아직 얘기할 시기가 아니다』고 구체적인 언급은 않고 있지만 그가 곧 정계개편에 관해 뭔가 중대한 제의를 할 시기가 다가오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노 결심만 남아…">
정작 김 총재는 7·10청와대회담을 두고『그때 많은 이야기를 했고 노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있다』면서『그런데 (노 대통령이)결심을 안 한단 말야』라고 독백처럼 되뇌고 있어 무언가 기다리고 있는 인상이다.
일부에선 그가 조건만 충족되면『공화당을 이끌고 민정당에 들어가 사실상 흡수 통합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는가하면 민정·공화 합작의 전제조건으로 정호용 의원 등 5공 핵심인사를 배제하는 5공 청산작업을 선행시키자는 게 민정당 측에 비밀리에 제의한 조건이란 설도 있다.
일각에선 1노 3김의 동시정계 은퇴제의가 아니겠느냐고 추측하기도 한다.
JP의 심복들은 JP의 구상이『단순한 정계개편 이상의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공화당 당직자들은 명분을 어떻게 내세우든 결과적으로 보수연합의 합당이 되지 않겠느냐며 미리부터 그 조건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공화당 쪽에서 그려지고 있는 정계개편방안은 주로 민정-공화 합당을 주축으로 한 것.
대체로 공화당 안에서 오가는 합당의 그림을 정리해보면 △제1단계로 올해 안에 민정·공화 중심으로 (민주당의 협조를 얻으면 더욱 좋고) 5공 비리 및 광주문제와 비 민주악법개폐 등 국회차원에서 5공 청산을 매듭짓고 (정책연합) △제2단계로 내년 중 지자제선거에서 보수세력의 연합공천실현 및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이어 합당절차를 밟으며 △제3단계로 91년중 내각책임제 개헌을 실시해 92년 초에 총선을 치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의 전제조건으로 일부 공화당의원들은 노태우 대통령이 민정당 총재직을 떠나고 JP가 이끌어야하며 내각제개헌 뒤 김 총재가 수상을 한번은 해야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한 당직자는『김 총재 생각은 어떤지 모르지만 공화당을 거저 준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이 같은 시나리오에 의한「지분」은 보장돼야 한다』고「현실문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총재가 정계개편을 구상한 동기는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보다 더 깊은 뜻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가 자주 거론하는 조국근대화 3단계역사론·4당 색깔론·야당론 등은 그의 짙은 보수성향에 바탕을 둔 정치현실인식과 정치철학에서 나온 것으로 정계개편구상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한번 정도는 수상">
그는 당초 민정당에 별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현 집권세력을 5·17세력으로 매도했었다.
4·26총선 이후 김 총재가 3야 공조를 주창하고 최근 와해될 때까지 앞장서 주도한 것도 새로운 집권대체세력으로의 부상가능성을 모색했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야 공조는 그에게 환멸만 준 것 같다. 또 한때 상승하는 것 같던 공화당인기도 신통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지역감정을 기초로 한 현 4당 체제를 넘어서는 구상을 하게된 것 같다.
7·10청와대회담이 있기 전 6월17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줄곧『5공 청산도 못하고 민주화도 실현시키지 못하면 훗날 사가들이 노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돌리지 않고 1노 3김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닌가』라는 자문을 수없이 측근들에게 던졌다고 한다.
바로 이 같은 생각이 정계개편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결심을 굳히게 됐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 노 대통령을 만나지 않기로 했던 당초 생각을 바꿔 귀국하자마자 7·10 노-김 회담에 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그후『나는 전혀 욕심이 없다. 민주주의를 이 당에 착근시킨 뒤 은퇴할 것이며 현재 정치지도자 모두가 이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발언을 기회 있을 때마다 함으로써 정계은퇴와 세대교체까지 시사하는 태도를 보여오고 있다.

<4당 구조에 환멸>
김 총재의 한 측근은 이 같은 김 총재의 최근 태도와 심경에 대해『그는 30대에 혁명을 주도한 사람』임을 상기시키면서『미래의 한국정치를 위해 혁명적인 살신성인의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총재가 생각하는 것은 민정-공화의 단순합작을 넘어서는 구상인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김 총재는 또 한번의「거사」를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가 제시할 정계개편의 구도가 4당 체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충격적인 것일지 주목되고 있다.

<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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