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공격 … 5차 중동전쟁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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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 인접 지역 카하나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13일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본거지에 155㎜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카하나 AFP=연합뉴스]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3일 레바논의 베이루트 국제공항을 공습한 데 이어 14일에는 헤즈볼라 본거지와 고속도로를 공격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자국 병사 두 명을 납치해 간 헤즈볼라의 분쇄를 목표로 전면전을 위한 사전 봉쇄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레바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14일 긴급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상호 비방과 위협이 고조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역내 국제전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완전 봉쇄된 레바논=이스라엘 전투기들은 베이루트~시리아 다마스쿠스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집중 공습했다. 헤즈볼라와 시리아의 연결 통로를 막기 위해서다. 동부의 공군기지와 친시리아계 팔레스타인 게릴라 거점도 공습했다. 레바논에서 유일한 베이루트 국제공항에 대한 추가 공격도 감행했다. 활주로와 공항 인근 교량에 함포사격을 가했다. 이스라엘 함대는 베이루트.시돈.타이르 등 레바논의 지중해 항만을 봉쇄했다.

헤즈볼라 본거지에 대한 공격도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베이루트 남부의 헤즈볼라 본부 건물과 인근의 연료저장소.발전소도 공습했다.

13일 헤즈볼라 소유 알마나르 방송국의 베이루트 본부를 파괴한 데 이어 동부 지역 TV기지국 두 곳도 공격했다. 동남부 골란고원 접경 지역과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거점 및 기지에 대한 공습과 포격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이틀간의 공세로 레바논에서는 최소 63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 결사항전 준비=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끝까지 싸우겠다"며 "이스라엘이 아랍 수감자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절대로 포로들을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14일 재차 강조했다. 남부의 헤즈볼라 민병대는 이스라엘 북부 도시들에 카추샤 로켓포로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 제3도시인 하이파에도 로켓 공격을 가했다. 하이파와 인근 지역 주민들은 방공호로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주민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군력과 장거리 야포가 없는 헤즈볼라는 민병대 총동원령을 발표하고 전면적인 지상전 준비에 나섰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의 예상 진격로에서 방호벽과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헤즈볼라 대원들의 모습을 전했다.

◆ 국제사회 중재 본격화=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가 현장에 금명간 도착할 예정이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세 명의 사절단 파견을 지시했다. 유엔 안보리는 레바논 정부의 요청으로 긴급이사회를 14일 열어 '포괄적 휴전'을 담는 결의안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이 이란과 시리아를 사태 발단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국제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14일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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