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유승민이 조종" 혁신위 "손학규가 배후"···야권재편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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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가 한 달째 사실상 식물 상태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민주평화당 신당파와 바른미래당 당권파의 ‘제3신당’ 가능성이 불붙고 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이 혁신위 관련 기자브리핑을 하면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이 혁신위 관련 기자브리핑을 하면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은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야권 재편의 방향에 관한 논쟁으로 승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와 가까운 주 전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당 비당권파를 “검은 세력”이라고 지칭하면서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주 전 위원장은 비당권파의 리더격인 유승민 의원을 직접 거론하면서 “계파의 수장인 유 의원은 뒤에서 (혁신위원들을) 조종하지 말고 앞으로 나와서 지도자답게 위기의 나라를 구할 야당 재건의 길을 밝혀달라”고 했다. 주 전 위원장은 지난달 7일 유 의원과 직접 만났다고 말하며 “유 의원은 지도부 교체 이외 다른 혁신안들은 모두 사소하고 가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주 전 위원장과 거리가 있는 바른미래당의 남은 혁신위원 5명은 지난 1일 당 지도부에 혁신안으로 의결했던 ‘총선 승리를 위한 비전 공개검증’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서를 발송했다. 손 대표는 그러나 “당권싸움을 위한 혁신안 수용은 안 된다”며 거부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혁신위원들은 이날 주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주 전 위원장이 오히려 혁신위원을 회유하고 종용하려고 했다”며 “그 배후에는 손 대표가 있다”고 주장했다. 혁신위원들은 이날 주 전 위원장과 권성주 혁신위원이 지난 달 3일 만나 나눈 대화의 녹취록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주 전 위원장은 “나는 손 대표의 뒤통수를 치고 있는 것”이라며 “손 대표 측에선 내가 자신에 대한 퇴진요구를 막아내길 원한다. 늙은 호랑이가 덫에 걸려 울부짖고 있다. 그 틀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퇴로와 명분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다.

혁신위를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진흙탕 싸움’이 격화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민주평화당 비당권파인 ‘대안정치연대’와 바른미래당 당권파의 연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결별하고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대안정치연대의 출범기념 세미나에 바른미래당 호남계 박주선 의원은 참석해 공개적으로 “제3지대 빅텐트”를 제안했다.

박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바른미래당은 말이 좋아 바른미래지, 바르지도 않을뿐더러 미래가 없다. 평화당도 국민들로부터 궤멸(선고를) 받은 지 오래”라며 “제3지대에 ‘빅텐트’를 쳐서 중도와 실용‧민생을 갖추고 제(諸)정치세력을 모아 힘차게 나아가자”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 관계자는 “이미 당권파 의원들과 대안정치연대는 물밑 접촉을 활발히 하고 있다. 야권 재편이 가시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혁신위원(가운데) 등이 지난 달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이동하는 손학규 대표(오른쪽)를 막아서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주 바른미래당 혁신위원(가운데) 등이 지난 달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이동하는 손학규 대표(오른쪽)를 막아서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로선 당권파의 ‘제3지대론’이 본격화할 경우 맞설 카드가 마땅치 않다. 특히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는 “‘도로호남당’은 절대 안 된다”며 이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제3신당’이 가시화되면 비당권파가 탈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권파인 문병호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빅텐트가 안 되면 유승민‧안철수 두 분이 탈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면 평화당과의 조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비당권파 관계자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장 야권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당권파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비당권파는 각자 먼 산만 보고 있는 심정”이라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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