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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해결 끝'이라고 도망가선 안돼...역사의 무거움 깨달아야"

중앙일보

입력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가 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재영 JTBC기자]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가 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재영 JTBC기자]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전후 배상을 촉구하는 활동에 평생을 헌신해온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해결 끝’이라고 도망가려하지 말고, 역사 문제가 얼마나 무거운 문제인지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정부 비판 않는 언론... 패망 직전 군국주의 떠올라" #"오바마 원폭 피해자 만났 듯 아베도 '나눔의집' 가야" #"당한 것만 기억하고 자기 한 일은 잊어선 곤란해"

여덟살 때 패전을 경험한 ‘전쟁 세대’인 그는 “지금 일본 사회 분위기가 1940년대 패망 직전의 군국주의 시대와 비슷하다”고도 말했다. 그 배경으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비판하는 언론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인 원폭 피해자를 만났듯이, 아베 총리도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정부 수출규제 조치는 어떻게 보나
(강제징용 판결 등) 한·일관계에 문제가 있는데도 안전보장이라는 말로 문제를 흐리고 있다. 트럼프도 그랬다. 중국 화웨이와 안전보장 상 문제가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안보 문제로 정책을 성공시키려는 의지를 강하게 느꼈다.
많은 일본인들이 이 조치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 내 혐한 분위기가 일조한 것 같다. 서점이나 신문광고를 보면 혐한의 극단적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한국 대통령은 나쁜 사람’ 같은 강한 제목을 내걸면 잘 팔린다. 정부가 이런 분위기를 자제해야 하는데 거꾸로 올라탔다는 느낌을 굉장히 받는다.
‘한국이 적인가’라는 성명도 그래서 나온 것인가
그렇다. 소학교 3학년(여덟살) 때 전쟁이 끝났다. 지금 분위기는 패망 직전의 군국주의 시대와 비슷하다. 전쟁을 일으킨 건 군부지만 국민들도 다같이 박수를 쳐줬다. 여러 문제가 있는데도 자민당이 이 정도 지지를 얻고 있는 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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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안나오는 건 왜 인가
일본의 언론이 굉장히 약해졌다.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점은 이번 강제징용 배상 판결 국면에서 정부 대응을 문제삼는 언론이 없다는 것이다. 1991년 외무성 조약국장이 국회에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한국인의 개인청구권이 소멸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왜 다 해결됐다고 하는 겁니까”라고 묻는 언론이 없다.
일본 정부가 자국민에게 취했던 입장과도 다른가
미국에 의한 원폭 피해자, 소련에 의한 시베리아 억류 피해자에 대해선 달랐다. 일본은 미국, 소련과 국가차원의 배상청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했을 때 “개인들의 권리는 살아있으니 해당 국가에 개별적으로 소송을 해서 권리를 찾으라”고 적극적으로 권했다.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가 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재영 JTBC기자]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가 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재영 JTBC기자]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6년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자를 만났다. 그 때 바로 옆에 아베 총리가 서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저렇게까지 하는데, 아베 총리는 ‘나눔의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  
피해자를 직접 만나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일본인의 무덤에 헌화를 한 뒤, 일본을 찾았다. 피해자 단체와도 만났다. 부시 대통령은 일본계 강제수용 피해자들에게 1인당 2만 달러를 배상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102세의 일본인 할아버지를 직접 만나서 편지를 준 게 일본 신문에도 모두 보도됐다. 아베 총리도 일단 한번 어딘가에서 만나야 한다.
일본 정부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해결 끝’이라고 도망가려고 하지 말고 역사 문제가 얼마나 무거운 문제인지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자기가 당한 건 기억하고 자기가 한 일은 잊는 자세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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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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