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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히로시마 방문은 핵 억지력 의존 고치는 원동력”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廣島) 방문은 핵 억지력에 의존하는 정책을 고쳐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6일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 투하 72년을 앞두고 마쓰이 가즈미(松井一實ㆍ64) 히로시마 시장은 현직 미국 대통령의 첫 피폭지 방문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달 일본 포린프레스센터 소속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다.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 # “오바마, 히로시마서 피폭 실상 보고 # 핵 없는 세계의 이상을 명확히 해” # 다우에 도미히사 나가사키 시장 # “오바마가 장래에 나가사키시도 찾아 # ‘피폭의 최후 장소’ 메시지 발신했으면”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

-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후 무엇이 변했나.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2009년 체크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한 연설과 일체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핵보유국 대통령으로서, 현실적으로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대통령이 현직에서 '핵 없는 세계'를 위해 노력했다고 본다. 실제로는 핵 군축 등에서 눈에 띄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임기 말에 히로시마에서 피폭의 실상을 보고 계속해서 핵 없는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 이상이라고 하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히로시마를 방문해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 지난 7월 ‘핵 없는 세계’를 목표로 핵무기 사용ㆍ개발ㆍ실험ㆍ생산ㆍ제조ㆍ보유를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이 채택됐지만, 미국과 러시아 등 핵보유국은 참가하지 않았다.
"이번 조약은 현재 핵 군축, 핵 비확산, 핵의 평화적 이용을 약속하고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보유국의 의무 이행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비핵보유국의 희망에 따른 조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만큼 핵보유국들이 핵 폐기를 위한 대응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조약으로 받아들여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 나갈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핵보유국의 (핵우산) 지원을 받는 나라들도 조약의 의미를 이해해 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첫걸음을 내디디지 않으면 안 된다."

- 세계 유일의 피폭국인 일본도 이 조약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비핵보유국인 일본이 핵보유국과 같은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생각을 말하고 있다. 일본은 피폭국이기도 한 만큼 핵보유국과 비핵보유국의 가교 역할을 해서 핵무기금지조약 비준국이 늘어날 수 있도록 대응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 히로시마의 피폭 경험을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가.
“피폭자의 체험을 전하는 전승 사업에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 오히려 나이가 든 분들이 피폭자의 생각을 받아들여 자신도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너무 젊은 사람이 하면 자신이 체험하지 않고 배운 것을 전하는 만큼 상대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어느 정도 인생의 경험을 한 사람들이 피폭의 체험을 확실히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피폭 체험 전승자 89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연령은 40~50세이다. 좋은 연령대라고 생각한다.”

- 피폭의 실상을 보기 위해 히로시마를 찾는 사람은 어느 정도인가.
“히로시마에 올 때는 평화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사람이 많다. 시내 여행자는 해마다 늘어 최근 연간 국내외를 합쳐 1200만명이 오고 있다. 이 중  해외에서 오는 사람이 100만명을 넘고 있다. 그 가운데 평화기념자료관 등을 방문하는 사람이 30만명을 넘는다. 이런 분들이 피폭의 실상을 알도록 코스를 정하고 자료도 준비하고 있다.”

외신기자들 인터뷰는 9일로 피폭 72년을 맞는 나가사키(長崎)시의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ㆍ61) 시장과도 진행됐다. 다우에 시장은 마쓰이 히로시마 시장과 달리 일본이 핵무기금지조약 채택에 참가하지 않은 데 대해 “낙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우에 도미히사 나가사키 시장

다우에 도미히사 나가사키 시장

- 나가사키가 피폭지라는 점을 어떻게 알려나가고 있나.
“나가사키는 히로시마와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두 도시에 떨어진 원폭의 형태도 다르고, 지형도 달라 피해의 크기에도 차이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히로시마는 인류가 최초로 원자탄을 전쟁 때 사용한 기억의 장소이다. 이에 비해 나가사키는 두번째 원폭이 떨어진 곳이다. 그 후 전쟁 때 원폭이 사용되지 않은 만큼 나가사키를 최후의 피폭지로 하자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희망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두 도시가 힘을 합쳐 핵없는 세계를 향해 행동하고 싶다.”

-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오바마 대통령의 피폭지 방문은 우리도 바라던 것으로 매우 기뻤다. 이 방문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피폭지 방문의 의미를 알고, 세계의 지도자와 보통 시민들이 히로시마, 나카사키를 방문하기를 바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평가하고 감사하고 있지만, 나가사키에도 와주기를 바랬다. 피폭자들한테 와서 평화의 메시지를 말하는 장면을 함께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발신한 '핵없는 세계' 메시지는 나가사키에서 (피폭을) 마지막으로 하자고 했다면 보다 강하게 세계의 여러분에게 전달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나가사키에 와서 나가사키를 (피폭의) 최후 장소로 하자는 메시지를 내기를 바라고 있다."

- 일본이 핵무기금지조약에 참가하지 않은데 대한 견해는.
"핵무기의 법적 금지는 오랫동안 피폭지가 바라온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핵무기금지조약 채택은 우리들의 바램의 실현이기도 하다. 이 조약 채택에 노력해온 나라들과 유엔, NGO 여러분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피폭자는 지금 고령화돼 해마다 줄고 있다. 피폭자가 살아 있는 동안 '핵 없는 세계'를 실현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바램이지만, 피폭자가 살아있을 때 이 조약이 체결된데 정말 감사하고 싶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핵보유국과 비핵보유국 간 가교 역할을 한다고 말해왔다. 피폭국인 일본이 이 조약 교섭 회의에 참가하지 않은데 대해 매우 낙담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 조약을 살려 '핵 없는 세계'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지금까지 얘기해온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정부에 앞으로도 계속 촉구하고자 한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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