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서 북한주민 추정 시신···얼룩무늬 바지에 큰 별 문양 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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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서 20~3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과 군 당국은 이 시신이 북에서 떠내려온 북한주민인 것으로 보고 시신 처리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1일 경기 파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6시26분쯤 파주시 장단면 임진강철교 인근 임진강에서 군 영상감시병이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임진강 하구 일대의 모습.[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임진강 하구 일대의 모습.[연합뉴스]

시신이 발견된 지역은 민통선(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이다. 임진각에서 인접한 곳으로, 개성공단에서도 약 10km 남짓 떨어진 곳이라고 한다.
군 당국은 조사결과 해당 시신이 우리 군 소속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에 따르면 20~3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 시신은 상의엔 반소매로 된 남성 속옷을 입었고 하의는 군복으로 추정되는 얼룩무늬 바지 차림이었다. 허리에 찬 벨트 버클에는 큰 별 문양이 있었다. 사망한 지 최소 2주가 지난 듯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지만 흉기에 찔린 상처 등은 발견되지 않아 범죄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경찰과 군 당국은 해당 시신의 지문이 국내에 등록돼 있지 않고 군복으로 추정되는 하의의 얼룩무늬가 우리 군에선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허리에 찬 벨트도 우리나라에선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속옷 재질도 우리와 다르다고 한다.

경찰, 통일부와 시신 처리 절차 검토 

경찰과 군 당국은 이 시신이 폭우로 떠내려온 북한 주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군복으로 보이는 바지를 입긴 했지만, 군인은 아닌 민간인으로 추정된다"며 "이 시신이 수해 등으로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 시신이 임진강으로 떠내려온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지난 2007년 8월에도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시신 10여구가 임진강에서 나왔다. 2009년에도 4~5살로 추정되는 북한 남자아이의 시신이 발견됐다. 2010년에도 북한군인과 주민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잇따라 떠내려왔다.

경찰은 현행 '북한주민사체처리지침'에 따라 이 시신 처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지침엔 북측 시신 발견 시 군인이면 국정원이나 군에서 사후 절차를 진행하고, 일반 주민이면 통일부에서 처리하게 돼 있다. 통일부는 북에 해당 시신을 인계받을지 여부를 확인한 뒤 시신을 처리 절차를 결정한다고 한다. 북에서 요청하면 시신을 인계하고 거부하면 국내에서 수습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6일부터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위 조절을 위해 군남댐 수문을 개방했다고 한다. 그때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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