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찰 “노무현 비하사진 실은 출판사, 명예훼손 아니다”…왜?

중앙일보

입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하 사진을 한국사 수험서에 실은 출판사에 대해 경찰이 명예훼손죄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명예훼손ㆍ모욕 혐의로 피소된 양진오 교학사 대표이사와 김모 전 역사팀장을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교학사 한국사 교재에 올라온 노무현 전 대통령 합성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교학사 한국사 교재에 올라온 노무현 전 대통령 합성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노비 사진에 얼굴 합성…"실수였다"

지난 3월, 교학사는 ‘한국사능력검정 고급 1ㆍ2급 최신 기본서’에 노 전 대통령의 합성사진을 실어 논란이 됐다. 2010년 방영된 KBS 드라마 ‘추노’의 한 장면으로, 출연자 얼굴에 노 전 대통령을 합성한 사진이었다. 사진 옆에는 ‘붙잡힌 도망 노비에게 낙인을 찍는 장면’이라는 설명이 적혔다. 이는 극우 사이트 등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학사는 “편집자의 단순 실수”라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참고서를 전량 수거해 폐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무현재단은 “고인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교학사는 이번 사태를 불러온 원인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이어 교학사 관계자들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형사 고소했다. 검찰은 사건을 서울 마포경찰서로 내려보냈다.

경찰 "허위 사실 판단할 성격 아냐"

경찰은 참고서에 합성사진을 게재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성립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합성사진이 역사적 사실의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자(死者) 명예훼손죄는 구체적인 허위사실을 적시해야 성립되는데, 해당 합성 사진 자체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형사소송법상 모욕죄는 대상이 고인(故人)일 경우 처벌 규정이 없다.

교학사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고의가 아니었으며 실수로 사진이 게재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학사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는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재단은 서울남부지검에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법무법인 메리트 최주필 변호사는 “명예훼손은 고의성이 없는 경우 처벌하기 쉽지 않지만 민사는 과실에 의한 명예훼손도 불법으로 보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