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협의회.
일본 경제 보복에 맞설 초당적 차원의 비상협력기구의 명칭이 정해졌다. 민주당이 강조하는 ‘경제 침략’ 대신 수위가 한톤 낮은 ‘수출 규제’라는 단어가 담겼다. 이 협의회는 오는 31일 오전 10시 첫 회의를 열고 출범할 예정이다. 윤호중(민주당)·박맹우(한국당)·임재훈(바른미래당)·김광수(민주평화당)·권태홍(정의당) 등 여야 5당 사무총장은 29일 2차례에 걸쳐 회동한 끝에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5당 사무총장은 협의체의 구체적인 윤곽도 확정했다. 이들은 회동 후 이어진 브리핑에서 ▶(민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국무역협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정부) 경제부총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통령 정책실장 ▶(정당) 각 당 추천 인사 5명 등이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실무협의는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회동에서 초당적 비상협력기구 설치를 약속한 이후 11일 만에 이뤄졌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예상보다 늦어졌지만 아주 늦은 건 아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정령을 언제 올릴지 모르는데 그 이전에 출범하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논의가 길어진 건 협의체에 포함할 시민단체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사무총장은 “민간 부문 쪽에서 이견이 있었다. 앞으로 한 두 단체 정도 추가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비상협력기구의 모양새는 잡혔지만 일각에선 국회 차원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실제 지난 24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도한 초당적 방미단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외교전에 나섰으나 큰 성과 없이 돌아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 차원의 기구가 실질적인 대책을 낼 수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일본을 향해) 외교 협상의 테이블에 앉으라는 원칙적인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 대안은 정부 차원에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경제 단체 중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빠진 것과 관련해 “전경련의 사정을 확인해보니 회원사가 하나도 없어서 경제 단체의 기능을 하지 못해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원사가 하나도 없다”는 건 사실과 거리가 있다.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정도가 탈퇴한 상태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전경련과 거리두는 기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