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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바르샤도 망했다, 이대로면 레알 한국와도 실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벤치에서 머리를 단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벤치에서 머리를 단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도 망했다. 이대로면 레알 마드리드를 초청해도 실패다.”

한국축구계, '호날두-유벤투스 노쇼' 쇼크 #2010년 바르셀로나 초청 회사, 사업 접어 #"흑역사 종지부 아닌 셔터 내릴 것 같다" #"이제 초청할 팀은 '손흥민 토트넘 뿐"

‘호날두 노쇼’ 사태를 겪은 한국축구계 반응이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포르투갈)가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친선경기에 결장했다. 지난 3일 하루만에 최대 40만원짜리 프리미엄존을 포함한 입장권 6만여장이 매진되면서, 한국축구계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근육이 좋지않다는 이유로 90분간 몸도 풀지 않은채 벤치만 달궜고, 팬들은 호날두 등만 쳐다보다가 돌아와야했다.

주최사 더페스타는 유벤투스가 계약상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조항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지만, 피해를 입은 팬들은 ‘대국민 사기극’, ‘날강두(호날두+날강도)’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호날두가 후반 종료시간이 다 되도록 출전하지않자 관중이 경기장을 뜨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호날두가 후반 종료시간이 다 되도록 출전하지않자 관중이 경기장을 뜨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2010년 8월 스페인 FC바르셀로나 방한경기를 추진했던 스포츠마케팅업체는 수입억원의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었다. 당시 경기 전날 리오넬 메시를 출전 불투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입장권 취소가 줄을 이었다. 풀럼, AS모나코, PSV에인트호번을 초청한 국내회사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축구계에서는 “유벤투스 쇼크다. 이대로면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를 초청해도 실패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류택형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 사무국장은 “한국에서 매치를 주관했던 회사들은 빅이벤트를 치른 뒤 대부분 사라졌다. 축구계에서는 ‘매치에 손대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역설적이지만 매치 에이전트를 안해봤던 분들이 뛰어드는게 반복됐다”면서 “이번 유벤투스전이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찬스라고 생각했는데, ‘흑역사의 종지부’가 아니라 셔터를 내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류 사무국장은 “처음부터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을 알리며 홍보한걸 두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축구에서는 부상 등 수많은 변수가 있다. 구도가 마치 ‘호날두와 아이들’처럼 짜여졌고, 잔루이지 부폰과 더리흐트 같은 다른선수들은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류 사무국장은 “포커스가 주최사와 호날두에게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주최사는 문닫으면 끝이다.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프로축구연맹이 주최사에 위약금을 청구한다는데, 팬들의 팬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축구붐을 이어간다는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번일을 계기로 다른 접근방식으로 되돌아보고, 매뉴얼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날두가 이탈리아로 복귀하자마자 SNS에 러닝머신을 뛰는 사진을 올렸고, 집에 돌아와 좋다는 문구도 남겼다. 호날두는 서울에서는 근육상태를 이유로 워밍업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호날두가 끝까지 한국팬을 기만한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호날두 인스타그램 캡처]

호날두가 이탈리아로 복귀하자마자 SNS에 러닝머신을 뛰는 사진을 올렸고, 집에 돌아와 좋다는 문구도 남겼다. 호날두는 서울에서는 근육상태를 이유로 워밍업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호날두가 끝까지 한국팬을 기만한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호날두 인스타그램 캡처]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결국 주최사가 비즈니스 룰과 시스템, 절차를 제대로 못 지켰다. 준비단계부터 명확히 했어야했는데, 유럽팀을 상대로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간 것 같다. 어차피 돈을 지불하는건데 떳떳하게 요구했어야 했다. 주최사는 유벤투스에 위약금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우리팬들만 상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만약 나중에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가 방한하면 어떨 것 같은가’란 질문에 김 교수는 “소비자가 불량품을 경험했다면 비슷한 상품이 나오면 꺼려지는게 당연하다”고 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 역시 “유벤투스도 호날두가 없었다면 이정도 티켓이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에덴 아자르로 마케팅을 끌기에는 다소 약한 측면이 있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도 호날두는 없다”고 말했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이 지난 2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ICC를 마친 뒤 팬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토트넘 트위터]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이 지난 2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ICC를 마친 뒤 팬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토트넘 트위터]

축구계에서는 “앞으로 한국에 초청할 수 있는 팀은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 ‘메시의 바르셀로나’만 남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위원은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은 여전히 값어치가 있다고 본다. 토트넘에 대한 한국팬들의 호감도와 친숙도가 높다”면서 “예를 들어 공격수 해리 케인 같은 주력선수들이 반드시 뛰는 조항을 걸고, 이번처럼 말도 안되는 일정이 아니라 최소 2박3일동안 다른행사까지 확실하게 보장하는 일정이어야 한다. 티켓값도 좀 더 저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언제 다른 유럽팀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참극을 반면교사 삼아 교훈과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 위원은 “앞으로 외국팀과 협상을 할 때 ‘유벤투스 사례’를 예로 들면서 강력한 위약금 같은 보장 조치를 사전에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다른팀이 정말 한국에 오고 싶다면 수용하고 사인할 것”이라고 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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