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에 작업과정도 보여줄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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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판화작가 황규백씨(57)가 현대화랑 초대로 26일까지 동화랑 사간동전시장과 강남분점, 현대백화점미술관등 3곳에서 개인전을 갖고있다. 국내전으로는 통산 5번째. 1백종의 작품 각2점씩 모두 2백점을 출품했다.
이번 개인전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가 도불했던 68년부터 88년에 이르기까지 20년동안의 판화작업을 연대기적으로 간추려 보여주는 일종의 회고전 형식을 띤 전시회.
그의 작업기간이나 작품량에 비례해 역시 메조틴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전시회 성격을 고려, 파리시절 얼마동안 손댔던 에칭이나 납땜판화기법의 작품들도 10여종을 함께 내놓았다.
『작년 존 조키 그래픽스사가 저의 화집출판을 제의해와 근1년 작업끝에 2천부 초판을 지난7월에 출간했습니다. 68년부터 88년까지 2O년동안 제작한 판화작품 총2백20종중 1백90종이 수록됐는데 이책 한권 만들어내기위해 20년이란 세욀을 죽도록 작업에 매달려왔나 싶은 묘한 감회에 젖기도 했었지요.』
메조틴트기법의 판화작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쌓아온 그는 지난84년부터 4년동안 유명한 크리스티즈 컨템퍼러리 아트의 전속작가로 활약해오다 계약만료와 함께 금년초 한국의 현대화랑측과 새로 전속계약을 맺었다. 『작품의 양을 줄이고 좀더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제작하고 싶어서』였는데 그렇다고 활동의 근거까지 몽땅 한국으로 옮겨 정착할 처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에 오면 이리저리 인간관계에 얽혀 시간을 뺏기기 십상이고, 시야가 막혀 작품이 토속성에 함몰될 위험이 있어요.』
종전에는 작가에게 처분의 권리가 주어지는 AP(시험용으로 찍은 판화)만을 들고왔었지만 이제부터는 득의의 오리지널판화들을 한국미술애호가들에게 먼저 보여주거나 팔수있게 돼 여간 기쁘지 않다는 그는 이번 전람회기간 말미에는 직접전시장에 나가 관랍객들에게 작업의 기초공정을 설명해주고 일정량의 직품을 찍어낸뒤 행하는「원판파기(Cancellation) 」의식도 모두 보여줄 계획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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