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꼰대 임원제’ 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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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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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다음 달 1일부터 임원제도를 바꾼다. 부사장·전무·상무로 구분했던 임원 직급을 하나로 통합하는 게 핵심이다.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서다.

연초 ‘차 배기량=직급’ 파괴 이어 #부사장·전무·상무 직급 통합해 #본부장·그룹장 등 직책 중심 개편

SK그룹 각 계열사 등에 따르면 SK는 최근 임원제도 혁신안을 확정하고 지난 25일부터 계열사별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혁신안에 따르면 SK그룹 임원 직급은 다음 달 1일부터 본부장, 그룹장 등 직책 중심으로 바뀐다. 호칭은 직급이 아닌 직책을 사용한다. ‘○○○ 상무’가 아닌 ‘○○○ IT 담당 본부장’으로 부르는 식이다. SK 계열사 관계자는 “위계를 강조하는 한국 기업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직위가 아닌 역량 중심 임원 활용 시스템으로 조직의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임원 승진 인사도 사라진다. 그동안 전무 및 부사장으로 승진할 경우 따로 인사를 내왔다. 임원 직급이 하나로 묶이면서 앞으로는 전무 및 부사장 승진 인사 발령이 없어진다. SK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임원 임용 시 한 차례 인사 발령을 내고 대표이사 등으로 승진할 경우에만 인사 발령을 낸다”며 “직책이 바뀔 경우 전보 인사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 내부에서는 임원제도 혁신안을 통해 유연한 조직 운영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임원제도 혁신안의 뿌리는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2016년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변하지 않으면 서든데스(돌연사) 할 수 있다”며 “사업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등 모든 것을 딥 체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열린 신년회에서는 “임원 KPI(핵심 성과지표)에서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늘릴 것”이라며 “지위가 올라갈수록 자리와 권위를 생각하는데 그렇게 꼰대가 되면 성숙도가 떨어진다. 임원부터 꼰대가 되지 말고 희생해야 행복한 공동체가 된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임원제도 혁신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임원 차량을 업무 스타일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바꿨다. ‘차량 배기량=직급’이란 공식을 깬 것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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