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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숲 인근 소각로 추진…산림청의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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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경인총국장

전익진 경인총국장

국립수목원을 포함한 경기도 포천시·남양주시·의정부시 일대 광릉숲(244㎢)은 2010년 6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런 광릉숲 주변에 쓰레기 소각로가 들어서는 사업이 추진되면서 지자체 사이에 마찰이 일고 있다.

의정부시는 장암동에서 하루 170t을 처리하는 쓰레기 소각장(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이 소각장의 내구연한(15년)이 2016년 지난 데다 처리 용량마저 부족해지자 포천시와 양주시 경계지역인 자일동으로 이전, 증설(하루 220t)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1년 착공해 2년 후 가동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포천시·양주시가 반발하자 환경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며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포천시는 지난 16일 박윤국 시장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의정부시의 소각장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박 포천시장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세계문화유산 국립수목원 반경 5㎞ 이내에 소각장 이전 건립을 인근 지자체와 소통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어 시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명운동을 벌여 소각로 이전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양주시의회도 최근 ‘의정부시 소각장 이전 건립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심화하는데도 광릉숲 관리를 책임지는 산림청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포천시·가평군)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김재현 산림청장을 만나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산림청은 이후 공식 입장을 묻는 기자에게 “실질적인 관리 주체인 국립수목원에 물어보라”며 산하기관에 넘겼다. 국립수목원 측은 “적법 절차에 따라 추진되는 소각로 건설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소각로 가동 이후 면밀히 모니터링해 문제가 생기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광릉숲 관리 주체들이 소각장 문제를 도시 간 지역이기주의 탓으로 돌리며 소극적으로 대처해선 곤란하다. 광릉숲 생태계와 관련된 만큼 소각장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정밀 검토를 속히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게 맞다.

전익진 경인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