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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우리공화당 광화문 천막, 소송 말고 서울시 행정절차로 퇴거시켜야"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의 우리공화당 천막 모습.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의 우리공화당 천막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우리공화당의 광화문 광장 천막 설치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광화문 천막' 금지 가처분 신청 각하 #"서울시 행정대집행으로 처리해야…소송 대상 아냐"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부장 반성우)는 25일 서울시의 가처분 신청을 각하하고 소송 비용을 서울시가 부담하라고 결정했다. 각하는 소송이 적법하게 제기되지 않았거나, 청구 내용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서울시는 행정대집행을 통해 우리공화당이 설치한 천막을 철거하거나 당원 퇴거를 실현할 수 있으므로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행정대집행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법원 판단이 아니라 절차에 따라 광화문 천막을 철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원 관계자는 "같은 청구를 개인이 했다면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고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며 "개인이 임의로 천막을 제거하면 천막 소유권 침해로 또 다른 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서울시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려 해도 우리공화당이 그 직전에 천막을 철거해 행정대집행이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하지만, 그 사유만으로 이행강제금 부과 등 '간접강제'의 대상에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행정대집행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간접강제를 실시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간접강제란 상대방이 위반했을 때 금전을 부과함으로써 상대방의 위반 행위를 간접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반한 경우 위반일수 1일당 100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것이 간접강제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우리공화당의 광화문 광장 천막 설치를 막아달라며 이를 어길 경우 하루에 1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해달라는 점유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법원의 각하 결정에 대해 서울시는 "이번 결정은 법원의 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일 뿐 우리공화당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공화당이 또다시 광화문광장을 불법 점유할 경우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는 한편 행정대집행 비용 및 손해 배상 청구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1차 행정대집행 비용 약 1억5000만원을 우리공화당에 청구했고, 2차 행정대집행 비용 2억3000만원 중 일부를 추가로 청구할 방침이다.

반면 우리공화당은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서울시민에게 점유권이 있는 광화문광장에 대해 청구인 자격도 없는 서울시가 제기한 소송이었다"고 밝혔다.

우리공화당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숨진 이들을 추모한다며 지난 5월 10일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했다. 서울시는 한 차례 강제철거에 나서 천막을 치웠으나 우리공화당은 같은 날 오후 같은 장소에 더 큰 규모로 천막을 다시 설치했다. 지난 16일에는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예고했으나 우리공화당은 천막을 자진 철거했다. 이후에도 우리공화당은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 등 장소를 옮기며 천막 설치와 철거를 반복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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