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욕설 … K - 리그도 예외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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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의 '박치기 사건'은 마테라치의 '욕설'에서 비롯됐다. 경기 중 선수들끼리 욕설은 다반사다. 그러나 그것이 월드컵 결승전에서 세계적 스타의 보복행위와 퇴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세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경기 중 선수들끼리 욕을 하는 것은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상대의 평상심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감독이 직접 지시하기도 한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이 표적이 되기 쉽다.

◆ 해당 국가의 욕을 배운다

국내 프로구단의 한 코치는 "국내 선수들끼리는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욕을 주고받아도 경기가 끝나면 화해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해당 국가의 욕을 배우는 것은 전략(?)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는 팀마다 브라질 출신이 많기 때문에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브라질 욕 한두 개를 같은 팀 외국인 선수들에게 배운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 욕을 배운다"고 털어놓았다.

부산 아이파크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소말리아는 "한국 선수들이 '뽀하(×발)'라는 브라질 욕을 배워 경기 중에 자주 쓴다"며 "이 말을 들으면 화가 나고 경기 집중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 선수들이 자주 쓰는 욕 중에는 '너의 엄마 매춘부지? '라는 뜻의 브라질 욕도 있다.

반대로 외국인 선수가 한국 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쓰는 욕은 '개××' '×발 놈아' 등인데 일종의 방어용인 셈이다.

◆ 하극상은 못 참아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프로구단 코치를 맡고 있는 모 코치는 "최근에는 선후배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 후배의 하극상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참 어린 후배 선수가 선배를 자극하기 위해 '야 인마, 똑바로 못해'라고 말하는 지경"이라며, 이럴 경우 선배 선수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심한 파울로 이어질 때가 많다고 전했다.

◆ 2002년 월드컵 때도 그랬다

상대방에게 욕을 해 흥분시키는 것은 거의 모든 경기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경기의 중요도가 클수록 '입씨름'의 각축장이 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출전했던 한국의 한 수비수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입씨름이 치열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상대방을 자극하기 위해 서로 자국어와 영어를 섞어 가며 욕을 주고받았다"며 "경기 중 이탈리아 선수들이 나에게 '뿌따나'라는 말을 연발했는데 나중에야 그 뜻이 '×발 놈'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방법에는 욕설뿐 아니라 심판이 안 볼 때 '침 뱉기' '뒤에서 차기' '팔꿈치로 치기' '혓바닥 내밀기' '유니폼 잡아당기기' 등 여러 치사한 방법이 총동원되고 있다고 한 관계자가 귀띔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를 포함해 다른 나라의 리그 경기에서도 선수 간의 인격 모독 발언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화를 참지 못한 지단이 결국 보복행위를 해 퇴장당한 경우에서 보듯 이러한 욕이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를 가져오는 것은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이 결승전 뒤 기자회견에서 "결승전 최우수선수는 마테라치"라고 비아냥거렸듯 승부 자체만 놓고 본다면 욕설은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 위원은 "이런 방법은 스포츠맨십이나 페어 플레이라는 스포츠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난 거친 플레이로 비난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이해완.유기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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