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기적 비결 배우려 입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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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의 월급은 5000달러(475만원). 스카우트 제의를 해온 한국의 KOTRA(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예산의 문제 때문에 3300달러(310여 만원) 밖에 줄 수 없다고 했다. 졸지에 한 달 수입이 160여 만원이나 줄어들 판이었다. 망설이다 결국 KOTRA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6월의 일이었다. 1년 여가 지난 지금 그는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KOTRA 요하네스버그무역관에서 일하는 미국인 러셀 호킨스(53.사진) 얘기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중미 온두라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일했다. 그러다 2004년 초 남아공의 경영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 2005년 말 현지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국의 KOTRA라는 곳에서 남아공 정부 인맥 등에 정통한 인재를 찾는데 당신이 적격같다는 것이었다. 일단 접촉은 했지만 직장을 옮기겠다는 약속은 하지 못했다. 솔직히 적은 월급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이종건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장이 여러차례 전화와 e-메일을 통해 설득했다.

이 관장은 러셀에 대해 "미 대사관 근무 시절 쌓은 인맥이 대단하고 남아공 부통령과도 직접 전화할 수 있는 사이"라며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아 정성을 쏟았다"고 말했다. 결국 러셀은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지하자원이 거의 없는 한국이 경제기적을 이룩한 비결이 뭔지 배우고 싶었다"며 "KOTRA에 와서 한국인의 일하는 열정에 감탄했고 본받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세상엔 돈보다 소중한 게 많습니다. KOTRA에서 일하며 한국에서 나 자신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는 것을 깨달은 것도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호킨스의 부친은 한국전 참전 용사다. 그는 "KOTRA에 온 데는 아버지에 이어 한국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곧 한국어 공부를 시작할 계획인데 한국 정부에서도 일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요하네스버그=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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