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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잡아서 애들 먹이려고…" 아파트 15층에 쇠구슬 쏜 남성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8일 경북 칠곡군 한 아파트에서 베트남 남성이 새총을 쏴 15층 가정집 유리문에 구멍이 생겼다. [사진 칠곡경찰서]

지난달 28일 경북 칠곡군 한 아파트에서 베트남 남성이 새총을 쏴 15층 가정집 유리문에 구멍이 생겼다. [사진 칠곡경찰서]

30대 베트남 남성이 새를 잡기 위해 대낮에 아파트 15층을 향해 새총을 쐈다가 검거됐다.

지난달 경북 칠곡군 아파트 15층에 쇠구슬 날라와 #CCTV에 새총으로 쇠구슬 쏘는 장면 고스란히 찍혀 #범인은 30대 베트남 남성 “새 잡으려고 쇠구슬 쏴”

경북 칠곡경찰서는 아파트 15층 창문에 쇠구슬을 쏴 유리창을 파손한 혐의(특수손괴)로 베트남 남성(35)을 지난 22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달 28일 낮 12시40분 칠곡군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아파트 쪽을 향해 7㎜ 크기 쇠구슬 1개를 쏘아 올렸다. 15층 아파트까지 향한 쇠구슬은 한 가정집의 방충망을 뚫고 발코니를 넘어서 방 쪽 유리문을 가격했다. 이로 인해 피해 가정집의 두께 5㎜ 대형 유리문에는 쇠구슬 크기만 한 구멍이 생겼다. 이 집에는 당시 아이들이 있었지만, 다행히 쇠구슬에 다치진 않았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해 범인 잡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새총으로 쏜 쇠구슬이 15층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예측되지 않아 다양한 각도로 수사했다. 그런데 이날 주변 CCTV에는 베트남 불법체류자인 이 남성이 새총을 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지난달 28일 경북 칠곡군 한 아파트에서 베트남 남성이 새총을 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사진 왼쪽 동그라미가 표시된 사람이 범인.[사진 칠곡경찰서]

지난달 28일 경북 칠곡군 한 아파트에서 베트남 남성이 새총을 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사진 왼쪽 동그라미가 표시된 사람이 범인.[사진 칠곡경찰서]

그는 경찰에서 “전깃줄에 앉은 새를 잡기 위해 새총을 쐈다”며 "새를 잡아서 먹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남성은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칠곡에서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 그는 고향에서 새를 잡아먹었던 추억이 생각나 자신의 아이들에게 먹여주고 싶었고, 지난해 온라인 사이트에서 쇠구슬과 새총 등을 샀다. 이 남성은 지난해부터 두 차례 정도 이 근처에서 쇠구슬을 쏴서 새를 잡으려 했다. 지난해 8월에는 인근 아파트에서 “쇠구슬이 날아들었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오기도 했다. 그는 “실제 새총을 이용해 새를 잡았고, 집에서 먹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피해 주민과 원한 관계 등을 파악했다. 그의 얼굴을 본 피해 주민은 “잘 모른다”며 “그와 딱히 원한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최창곤 칠곡경찰서 수사과장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문화의 차이에서 빚어진 범행 같다”며 “정말 새를 잡기 위해 새총을 쐈는지 등 범행동기를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칠곡=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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