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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도 맛보기 공연 … 영화 시사회처럼 '관객과 특별한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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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한 공연기획사의 회원들 앞에서 작은 음악회를 연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

11일 오후 6시45분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 앞에 기다란 행렬이 늘어섰다. 잠시 후 출입문이 열리고 150여 명이 입장했다.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대표 정재옥)가 마련한 특별 음악회에 '클럽 발코니'회원들이 온 것이다. 클럽 발코니는 크레디아의 유료 회원. 티켓 할인, 마일리지 혜택은 기본이고 무료 음악회 초청장이나 월간 정보지도 받는다.

방송인 황인용씨가 바흐를 주제로 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더니 잠시 후 네덜란드 출신의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45)가 로댕의 대형 조각'지옥의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외국인 첼리스트 중 국내에선 요요마, 마이스키 다음으로 유명한 연주자다.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제1번과 제6번 연주가 끝나자 유리로 둘러싸인 건물이 떠나갈 듯 박수갈채가 터졌다. 앙코르곡으로 제2번 모음곡의 '프렐류드'를 연주했다.

영화 시사회나 뮤지컬의 프리뷰처럼 클래식에서도 맛보기 공연이 늘어나고 있다. 1회 공연이 대부분인 클래식의 특성상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진 않았지만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뮤지컬 프리뷰가 정식 개막 전에 현장의 반응을 수렴해 작품을 수정.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면, 클래식 맛보기는 단골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만남'이다. 주로 미술관이나 재즈 클럽 등 기존 공연장보다 작은 공간에서 열린다. 입소문을 위한 마케팅 차원의, 매니어를 위한 특별 서비스인 것은 영화.뮤지컬과 마찬가지다.

클럽 발코니의 평생회원은 2000여 명, 온라인 회원까지 보태면 3만여 명으로 늘어난다. 무료 티켓의 배부 문제 때문에 입장료를 1만원만 받기로 했고, 회원 대상으로 예매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매진됐다. 연주가 끝나자 제휴 레스토랑에서 만들어온 샌드위치.와인.커피를 들며 대화를 나눴다. 연주자와 기념 사진을 찍고 여유있게 사인도 받았다.

13, 14일 대전과 서울에서 대전시향과 협연할 예정인 비스펠베이는 맛보기 연주를 위해 예정보다 하루 이른 10일 서울에 도착했다. 1996년 국내에서 무명 연주자나 다름없던 시절 첫 내한 독주회를 마련해준 공연기획사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이날 공연은 내년 출시될 통산 세 번째 바흐 무반주 모음곡 전곡 음반에 대한 홍보 이벤트이기도 하다. 비스펠베이는 12일 대전시향 후원 모임인 '높은 음자리표'회원들에게도 맛보기 연주를 들려줬다.

5~15m의 가까운 거리에서 연주 모습을 지켜보고 나면 고정 팬이 될 가능성도 커지는 법. 올 1월 클럽 발코니에 가입했다는 정궁(33.프로그래머)씨는 "작은 공간에서 유명 아티스트의 연주를 가까운 거리에서 접하는 기회는 국내에서 아주 드물다"면서 "특별 대우를 받은 것 같아 기쁘다. 2008년 2월에 있을 비스펠베이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에도 꼭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펠베이뿐만 아니다. 여성 피아노 3중주단인 '안 트리오'도 지난달 8일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앞서 5월 29일 서울 청담동의 재즈 클럽'원스 인 어 블루문'에서 쇼 케이스를 열었다. 세종솔로이스츠(예술감독 강효)는 29일 오후 6시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1층 아트리움에서 열리는 포스코 로비 음악회에 출연한다. 30일 개막하는 제3회 대관령국제음악제를 홍보하려는 목적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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