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목마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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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페르노리카 직원들이 스코틀랜드에 있는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에서 위스키가 담긴 참나무통을 운반하고 있다.

위스키와 샴페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와 샴페인의 고향 프랑스 샹파뉴를 찾았다. 스코틀랜드는 400여 개의 위스키 증류소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샹파뉴는 베트남 구치 터널과 같은 지하동굴에서 샴페인 고유의 맛을 숙성시킨다.

◆원액 배율이 위스키맛 좌우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는 1786년에 만들어졌다. 세계적인 주류기업 페르노리카가 운영하는 곳이다. 증류소 입구에 들어서니 효모 익는 냄새가 진동했다.

위스키는 보리.물.효모로 만들어진다. 말린 보리에 더운 물을 넣고 녹말을 당화(糖化)시킨다. 그 다음 효모를 다시 넣어 발효.증류시키면 위스키 원액이 나온다. 스코틀랜드의 서로 다른 증류소에서 나온 원액을 섞어 만든 술이 스카치 위스키다. 원액을 숙성시킬 때 사용하는 오크통은 스코틀랜드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미국의 버번 위스키 혹은 스페인의 셰리주 제조 때 사용하던 오크통을 수입해 재사용한다. 이곳 사람들이 터득한 위스키 숙성법이다. 시바스리갈과 발렌타인은 어떤 증류소의 원액을 어떻게 섞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페르노리카의 앨런 그레이그 교육담당 이사는 "발렌타인이 시바스리갈보다 좀 더 부드럽고 바닐라향이 난다"고 설명했다. 로열살루트 38년산 숙성 창고는 보안이 철저했다. 서로 다른 열쇠를 가진 두 사람이 꼭 함께 가야 창고문을 열 수 있다.

이 술은 항공기 기내 판매 값이 399달러나 된다. 38년산의 별명은 'Stone of Destiny'다. 돌 표면의 느낌을 살리려 검은색 병에 담았다고 한다. 로열살루트 21년산 병은 자주.녹색.파랑 세 가지 색으로 돼 있는데, 영국 여왕의 왕관에 박힌 루비.에메랄드.사파이어 색을 뜻한다고 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말하는 위스키 음미 요령은 다음과 같다. ①작은 와인잔에 4분의 1가량 위스키를 따른 뒤 뚜껑을 덮는다. ②왼손 검지로 뚜껑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잔을 잡고 적절히 흔든다. ③뚜껑을 열고 위스키의 향을 맡는다. ④같은 양의 물을 부은 다음 천천히 맛을 본다.

샴페인 숙성 마지막 단계는 병을 부드럽고 빠르게 뒤집으면서 병목 부분이 서서히 아래로 향하게 하는 일이다.

◆샴페인은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

샴페인은 발포성(스파클링) 와인이다. 흔히 발포성 와인을 총칭해 샴페인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잘못이다. 프랑스 코냑지방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만 코냑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샴페인도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발포성 와인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이다. 샹파뉴는 프랑스 파리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진 샴페인의 고향이다.

샴페인은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이다. 멈과 페리에 주에라는 이름의 샴페인을 만드는 지역은 지하 300m까지 석회석으로 돼 있어 배수가 잘 되고 물을 오래 지닐 수 있다고 한다. 샹파뉴에서는 샤도네.피노누아.피노므뉘에 세 종류의 포도만 재배된다. 이 포도들이 샴페인의 주원료로 쓰인다.

샴페인은 미로처럼 얽힌 지하동굴에서 숙성된다. 미로의 길이는 25㎞나 됐다. 이 미로를 만드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곳 관계자는 "샴페인은 맛전문가 세 명이 의견일치를 봐야 출시 사인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애버딘(영국).샹파뉴(프랑스)=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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