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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회원권 대신 팔아줄게"…1300명 속여 100억원 뜯어낸 일당

중앙일보

입력

콘도회원권을 골프회원권과 함께 팔아주겠다고 속인 일당이 만든 가짜 회원권거래소 홈페이지. 실제 회원권거래소 홈페이지와 구분이 어렵다. [사진 서울 송파경찰서]

콘도회원권을 골프회원권과 함께 팔아주겠다고 속인 일당이 만든 가짜 회원권거래소 홈페이지. 실제 회원권거래소 홈페이지와 구분이 어렵다. [사진 서울 송파경찰서]

팔리지 않는 콘도회원권으로 골치를 썩이던 김모씨는 솔깃한 연락을 받았다. 회원권거래소 직원이라고 소개한 텔레마케터는 “인기 있는 골프회원권과 회원님의 콘도회원권을 함께 판매해 드리겠다”고 제안했다.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게 의심스러웠지만 많은 회원권이 거래되는 거래소 홈페이지를 보고 김씨는 마음을 놓았다. 얼마 뒤 찾아 온 영업사원과 위탁계약까지 체결한 A씨는 업체에 몇백만원의 수수료를 건넸다. 하지만 이 거래소는 얼마 뒤 가짜로 밝혀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씨 등 일당 8명을 붙잡았다고 22일 밝혔다. 이 가운데 영업사원 등으로 단순 가담한 5명을 제외한 주범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일당을 이달 중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겼다.

가짜 홈페이지·영업사원 동원…1300명 속였다

사기단 일당은 잘 팔리지 않는 콘도회원권으로 고민하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콘도 소유자의 정보를 담은 자료를 입수한 일당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골프회원권과 함께 콘도회원권을 팔아주겠다고 제안했다. 다만 어떤 경로로 회원권 소유자의 명단을 입수했는지는 경찰 수사로도 파악되지 않았다.

실제 회원권거래소와 똑같이 생긴 가짜 홈페이지는 피해자들의 환심을 샀다. 일당이 만든 홈페이지에는 골프, 콘도,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의 가격이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유명 회원권이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한 실시간 상담도 가능하다고 돼 있어 실제 회원권거래소와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회원권 거래에 관심을 보인 사람에게는 영업사원을 보내 위탁계약을 맺었다. 실제 영업사원까지 만난 피해자들은 안심하고 회원권 판매를 맡기는 계약을 맺었다. 피해자들은 판매 위탁을 대가로 적게는 695만원에서 많게는 2100만원을 수수료로 건넸다. 이 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1300여명으로 피해액은 107억원에 달한다.

이들 일당은 수시로 법인의 이름과 대표이사를 바꾸고 사무실도 옮겨 다니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일당끼리도 정체를 숨겼다. 조직을 관리팀, 영업팀, 텔레마케팅팀으로 역할을 나눈 뒤 서로 간에도 가명을 쓰고 대포폰으로 연락하며 점조직으로 활동했다. 이처럼 치밀하게 활동한 결과 사기 행각은 2017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약 2년 동안 이어졌다.

"공식거래소 등록 여부 확인해야"

회원권 처분을 미끼로 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데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회원권 시장의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 최근 몇년간 수도권 지역의 인기 회원권과 이외 지역의 회원권 사이에 양극화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회원권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처분을 못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은 비슷한 범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반드시 공식거래소 협회에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고 거래해야 한다"며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연락한 뒤 영업사원이 방문해 계약을 맺는 업체는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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