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신생아 미스터리···가짜 친모는 왜 "잘못했다" 울먹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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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헛간에 유기된 신생아 발견 직후 모습. [연합뉴스]

밀양 헛간에 유기된 신생아 발견 직후 모습. [연합뉴스]

경남 밀양에서 신생아를 유기하고 달아난 범인은 누구일까. 당초 이 신생아를 유기하고 달아난 혐의로 검거된 40대 여성 A씨의 유전자 감식 결과 친모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런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신생아가 발견된 마을뿐 아니라 외부로까지 범위를 넓혀 폐쇄회로TV(CCTV)를 조사하는 등 진짜 산모가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22일 밀양 신생아 유기 사건 관련 브리핑 #A씨에 압수수색 영장 신청해 주변인 등으로 수사 확대 #마을주민 전수조사… 진출입로 등 폐쇄회로TV도 조사

22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7시쯤 밀양의 한 주택 헛간에서 태어난 지 2~3일쯤 된 신생아가 발견됐다. 이 신생아는 발견 당시 탯줄조차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온몸에는 벌레와 모기에 물린 자국이 가득했고, 각종 오물이 묻어 있었다. 신생아를 발견한 마을 할머니들은 신생아를 씻긴 뒤 119구조대에 신고했다. 아기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경찰은 목격자 등을 통해 사건 발생일을 10일 오전에서 11일 오전 7시 사이로 특정했다. 그러나 마을을 드나드는 출입구의 CCTV에서는 산모로 의심할 만한 인물을 특정하지 못했다. 이후 마을을 탐문하는 과정에 A씨를 만나게 됐다. 경찰은 앞서 다른 고소사건과 관련해 A씨를 조사하면서 범행 현장에 둔 가방과 비슷한 가방을 들고 다녔다는 한 경찰의 말을 토대로 A씨를 의심하고 집을 찾아간 상태였다.

A씨는 경찰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 범행을 순순히 자백했다. A씨는 자신이 어떻게 아이를 갖게 되었는지 이후 복대 등으로 숨겨오다 헛간에서 아이를 낳게 된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못했다. 반성한다”고 울먹이기까지 했다. 경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A씨와 신생아, 현장에서 발견된 태반 등의 유전자 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경찰이 지난 18일 신생아 유기 혐의로 검거한 A씨와 신생아의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친자 확인 감정을 의뢰한 결과 불일치 판정이 나오면서 수사가 미궁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경남경찰청 전경. [사진 경남도]

경남경찰청 전경. [사진 경남도]

A씨는 경찰이 DNA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추궁하자 “10대 딸이 복대를 하고 있어 혹시 딸의 아이인가 싶어 숨겨주려고 (내가) 대신 임신해 출산한 것처럼 꾸몄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A씨의 이 진술도 A씨의 두 딸에 대한 DNA 조사 결과 아이와 불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 거짓으로 드러났다.

A씨가 왜 거짓말을 한 것인지에 대해 경남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프로파일러 방원우 경감은 이렇게 분석했다. 방 경감은 “A씨에 대한 조사 결과 A씨가 우울증 외에 히스테리성 성격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의 경우 자신이 주목받는 상황이나 타인을 조종하고 싶은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성향으로 인해 사건 현장 근처에 살면서 수집한 범행현장과 상황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이 마치 겪은 일처럼 꾸며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A씨가 신생아의 친모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범행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A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A씨와 주변인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범행이 발생한 마을에 대한 전수 조사와 함께 마을 진출입로와 주변 사설 CCTV 등도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을 주변의 CCTV는 대부분 확보해 지방청 차원에서 분석가들을 대거 투입해 단서를 찾고 있다”며 “조만간 유의미한 단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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