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처리·수사방향 어떻게 될까|보안법상의 잠입 탈출 죄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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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대협 평축 대표 임수경 양(21)과 임양과 동행귀국을 위해 사제단이 보냈던 문규현 신부(41)가 15일 판문점을 넘어옴에 따라 공안당국의 임양 밀입북사건수사가 본격화됐다.
공안당국은 특히 임양을 상대로 ▲전대협대표로 선발된 경위 ▲밀입북 경위 ▲북한에서의 행적 등은 물론 밀입북에 직·간접으로 협조한 재야인사들을 가려내 처벌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수사진전에 따라 전대협뿐만 아니라 전민련 등 재야운동권 관계자들에게도 큰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전대협 등 핵심운동권이 조직보호 및 비밀유지를 위해 철저한「역할분담」을 원칙으로 하는 점으로 미루어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전대협의장 임종석 군과 평축 준비위원장 전문환 군 등이 검거돼야 임양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신병처리=안기부는 임양의 병원검진이 끝나는 대로 17∼18일께 조사에 착수, 법정구금시한인 48시간 이내에 임양을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회합통신·찬양고무죄 등으로 일단 구속할 방침이다.
안기부는 임양을 구속한 뒤에도 수사를 계속, 밀입북에서 판문점을 통한 귀환까지 북한측의 지령이 있었을 경우 단순 잠입·탈출 죄 (6조 1항)보다 형량이 훨씬 무거운 지령목적수행을 위한 잠입·탈출 죄 (6조 2항)를 적용키로 했다.
문 신부의 경우는 이미 지난 7월28일 국가보안법위반 (탈출)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있어 경찰에 신병이 확보된 15일부터 구속기간이 계산된다.
경찰은 특히 문 신부가 해외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기 때문에 북한공작원 및 반한 단체인사들과의 접촉·교류여부와 입북 및 귀환경위를 면밀히 수사, 북한의「지령」을 받은 사실이 밝혀질 경우 6조 2항을 적용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사법경찰인 안기부와 경찰은 국가보안법위반 피의자에 한해 송치 전 20일까지 조사할 수 있어 늦어도 문 신부는 9월4일, 임양은 9월6∼7일 사이에 각각 검찰에 구속 송치된다.
◇수사초점=안기부는 임양을 상대로 임양이 일본∼서독∼동베를린을 거쳐 평양까지 가는 과정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편의를 제공한 국내 재야인사·학생 및 해외 반한 단체간의 연계여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지난 5월부터 일부대학가의 평축 포스터 원전이 나돌았고 전대협의장 임종석 군이 6월24일 북한의 평축 준비위원장과 국제전화로 축전참가 문제를 의논한 점등으로 미루어 전대협이 북한측과 비밀 대화통로를 확보해 둔 것으로 보고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여비 등 자금부분은 임양이 일본에 머무르고 있을 때 여비 2백50만원을 송금해준 한양대 김지선 양 (24·가정관리 4)등 3명을 국가보안법위반 (편의제공)혐의로 1일 구속한 것을 중심으로 임양의 밀입북에 사용된 자금규모·출처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안기부는 이와 함께 평축 축하그림을 만들어 북한에 보낸 혐의로 구속된 민족민중미술 전국연합공동의장 홍성담 씨(34)를 비롯, 전민련 국제협력국 간사 고현주 씨(27), 문부식 씨(30)등 임양 밀입북사건 관련여부를 수사하다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재야인사 10명에 대해서도 임양 귀환을 계기로 밀입북관련 여부를 정밀 수사키로 했다.
결국 이번 안기부 수사에서는 임양의 북한에서의 행적보다는 밀입북과 관련된 국내의 연계조직. 배후세력 색출이 주된 목적이 될 것이며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문익환 목사, 서경원 의원 밀입북사건을 통해 간헐적으로 밝혀진 해외 반한 단체 및 북한공작원의 활동상황 등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법정형량=국가보안법상 단순잠입·탈출죄는 법정최고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인 반면, 지령·목적수행 잠입·탈출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이밖에 찬양·고무죄 (7조)와 회합·통신죄 (8조)는 각각 7년 이하,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되지만 초점은 잠임·탈출에 지령이나 목적수행이 있었느냐의 여부에 따라 형량이 크게 좌우된다.
문익환 목사의 경우 검찰은 김일성이 신년사에서 제안한「북남정치협상회의」에 따라 방북한 것이 지령에 따른 입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 동안 북한측이 남한학생들의 평축 참가를 줄기차게 권유한 점등으로 미루어 지령·목적수행을 위한 잠임·탈출죄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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